<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문학의 희망을 보다

                                                                                                          김홍신(소설가)

돌아보니 ‘건대신문문화상’은 나를 소설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춧돌 역할을 했다. 그래서 소설 응모작 17편을 정성으로 읽었다.
한마디로 전체를 평하자면 실험정신과 가능성이라는 두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기쁘고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전통있는 서울의 4년제 대학에서 문인배출이 가장 열악하다고 평가받은 내 모교 건국대학교의 후배 문학도들에게서 희망을 읽었기에 어찌 기쁘지 않았겠는가.

지금은 대학가의 스타가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이지만 우리 대학시절엔 단연 문학도들이었다. 세월이 인문학과 예술의 목을 조르고 있지만 학문의 기초인문학과 영혼의 향기인 문학은 잠시 숨을 가다듬을 뿐이리라.
응모작 17편을 읽으며 상, 중, 하로 먼저 나누었다. 기준은 문학적 기초, 문장력, 스토리의 짜임새, 실험정신, 갈등구조와 절정의 조화, 동기부여와 필연적 사건전개 그리고 소설가다운 가능성을 가장 큰 맥으로 삼았다. 더구나 예심위원도 없이 나 혼자 작품을 평가하고 당선작을 선별하기 때문에 내 개성과 취향을 철저히 배제해야만 했다.

만약 다른 심사위원이 심사했다면 나와 같은 판단을 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한번더 정독을 했다. 젊은 시절의 내 열정적 응모가 번번히 낙선되었을 때의 고통을 되새김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5편의 우수작을 가려내었다.
‘수삽석남’은 옛이야기를 통해 지극한 사랑과 열정, 사랑으로 끓어오른 환몽과 정신분열같은 기억의 조합을 능숙하게 보여주었다. 문학인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문학성 짙은 작품이지만 구성의 단조로움과 반복적 환몽으로 긴장감을 떨어뜨린 흠이 있었다.
‘고양이 메르소’는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생산해내는 문장의 화려함과 그 필치의 의연함이 돋보였다. 동물이 인간을 관찰하는 특이한 기법도 문학도다운 기질을 유감없이 보였으며 주인공의 자살과 고양이의 동물적 시선은 참으로 절묘했으나 갈등구조가 미약했다.
‘자궁’은 우리 사회의 이혼에 관한 관념과 단상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추구하려는 일인칭 존재의 냉철한 시선이 돋보였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자유가 아닌 구속의 연속이 작가의 의도적 접근으로 명료해진다. 이혼과 자궁의 역학관계도 참 드라마틱했으나 수필같은 느낌이 감점으로 작용했다.
‘파란’은 원룸에서 나이 많은 남자와 살게 된 여자의 사육일기같은 구성이지만 일상을 객관으로 관조하는 기법과 문장력이 뛰어났다. 사물의 관찰에 힘이 있고 ‘세컨드’였던 엄마나 아버지, 장례식장과 사이렌의 설정에서 작가적 깊은 상상력이 느껴졌다. 다만 보다 쉽게 읽혀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문어를 아시나요‘는 바다에 사는 문어의 모성을 통해 인간의 삶과 대비하는 묘사와 문체의 유연함이 뛰어났다. 미친 큰 할아버지의 실어증과 그의 고독한 일상을 연루시켜 사건을 추리기법처럼 이끄는 것도 눈여겨보았다. 어미문어와 주인공의 처지를 섬세한 필치로 엮어, 치밀한 구성까지 곁들여서 감동을 남겼다. 그러나 독자가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가기 벅찬 진행에 좀 더 숙련을 요구하게 된다.

이 5편을 당선작으로 뽑아도 부족함이 없는 수작들이었으나 문학도의 기질과 가능성을 살펴 ‘문어를 아시나요’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내게 이리도 좋은 소설을 읽을 수 있게 해준 후배 문학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건국대학교의 ‘문학의 희망’을 느꼈기에 무척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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