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시ㆍ시조 부문 심사평

응모자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안도현(시인)

시라는 양식에 여전히 진지한 관심과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응모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가 상처를 낫게 할 약이 되는 것도 아니고, 등을 기댈 따스한 언덕이 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표현함으로 해서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자 하는 더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섯 사람의 시가 마지막까지 남았다. 29의 <이브>와 28의 <노숙>은 시라는 형식을 통해 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시들이다. 그러나 전자는 성적이미지의 과다 노출, 후자는 삶을 손쉽게 정의하려는 의욕이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4의 <겨울> 외 2편은 시가 발생하는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작품이다. 아직은 소품이라는 점과 시의 씨앗이 구체성의 육체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11의 <배꼽의 시간>은 앞으로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기대가 가는 수작이다. 한 가지 시적 대상을 끝까지 붙잡고 형상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소재를 통해 삶의 세목들을 아우르고 어루만지는 힘이 덜 느껴지는 게 흠이다.

25의 <저수지 거울>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텅 빈 허공이 물 깊은 곳으로 자라듯”과 같은 빛나는 대목들을 곳곳에 배치한 능력이 믿음직스럽다. 이 사람은 소재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한 탐색을 펼침으로써 독자를 천천히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수상을 계기로 시에 더욱 정진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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