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사진 부문 심사평

발품과 용기가 필요하다

곽윤섭(한겨레 사진전문기자/사진교육가)

지난해의 사진 부문은 제시된 주제가 있었다. ‘우리사회의 모순’이 그것이었는데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년에 별도의 주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응모작 수가 많지 않아서 아쉽기 그지없다. 디지털시대가 왔으니 응모 방법에도 변화를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영재의 작품 ‘비상’은 항공 쇼에서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학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셔터속도를 빨리 해서 선명한 사진을 찍을 줄 아는 것을 보면 항공사진을 많이 찍어본 솜씨다. 이정도 찍기 위해선 내공이 꽤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아이디어나 고민이 없다. 형식적으로는 딱히 부족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냥 비행기를 찍은 사진일 뿐이다.

조기호의 작품 ‘신의 나라 인간의 나라’는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 16장으로 이루어진 연작이다. 그 중 몇 장은 볼 만하지만 몇 장은 제외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기본기가 부족한 사진을 포함시킨 이유가 궁금하다. 길거리 사진들이 특히 약했다. 노출도 부족하고 프레임이 복잡하기 짝이 없고 앵글도 지루했다. 3, 4, 10, 14 번 사진은 좋은 앵글이며 사진 구성에 성의가 있다. 이 4장을 중심으로 많아도 8장 정도만 남겼으면 아주 좋았을 것 같다. 여러 장의 사진을 제출할 땐 저마다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것만 봐주고 나쁜 것은 못 본 척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황선진의 작품 ‘도시공간의 양극화’는 서울에서 아파트와 달동네가 공존하는 곳 중 대표적인 3 곳을 찾아서 기록했다. 타워펠리스와 구룡마을의 대비는 많이 알려진 곳이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길음뉴타운과 길음시장길의 그림자 지대의 대비, 중계본동의 아파트와 무허가건물의 대비를 같이 연작으로 묶으니 완결성이 더 생겼다. 지리적 공간의 모음도 아주 좋은 사진테마가 될 수 있으므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지역을 몇 군데 더 추가하든지 아니면 각 장소별로 전경과 클로즈업 한 장씩이 같이 포함되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승혁의 ‘나도 나무가 될래요. 등 7장 연작은 서로의 연결성이 없이 산만했다. 스타시티 쇼핑몰 안에서 찍은 사진들은 프레임이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공간과 빛을 묘사한 것처럼 읽을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인물을 스냅으로 찍은 한 장과 빨간 꽃을 든 인물은 따로 놀고 있었다. 자유 주제였지만 여러 장을 냈을 땐 유기적으로 구성이 되어야 한다.

최봉규는 두 작품을 출품했다.
하나는 ‘이시대 20대 젊은이들은 타는 목마름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비상하거나 달리거나 창틀에 매달린 젊은이들을 찍었다. 깊은 생각을 했고 고민도 보였지만 그것은 사진을 설명하는 글에서 보였을 뿐 사진 속에선 잘 보이질 않았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듯한 사진 한 장은 돋보였으나 나머지는 작위적이며 겹쳤다. 똑같이 달리는 사진을 가로 한 장 세로 한 장을 내는 것은 자기 검열을 전혀 하지 않은 결과다. 확신을 가지고 하나를 골라내야한다. 심사위원이(사진을 보는 관객이) 하나를 골라주길 바라는 것인가?
창틀에 매달린 사진은 보면서 자칫 행위예술로 빠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이 시대의 여성의 위치’란 제목으로 두 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두 장은 클로즈업과 전신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내용을 담은 같은 사진이다. 이런 연작은 의미가 많이 떨어진다. 연작으로 두 장 이상을 제출할 땐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같은 사진을 두 장 내는 것은 기본에서 어긋난다.
사진설명글이 길다. 길어서 문제가 되진 않지만 저렇게 긴 설명이 사진에서 연상이 되질 않는다. 고민이 많았다는 것은 인정할 만하지만 현실에서 찾질 못했다. 모델을 동원해서 찍는 방법도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진에선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니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두 장이 거의 같은 사진이다.

결론적으로 당선작 하나를 고르기가 매우 망설여졌다. 고민 끝에 아쉬움이 많지만 황선진의 작품 ‘도시공간의 양극화’를 추천하고 싶다. 황선진의 작품이 출품작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았고 우리시대의 고민을 잘 반영했기 때문에 선택을 했지만 두 가지가 아쉬웠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수상을 기뻐하지 말고 더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하나는 조금 더 발품을 팔아서 몇 곳을 더 추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아파트와 달동네의 대비가 아니어도 좋다. 서울엔 양극화를 보여줄 곳이 대단히 많다.
또 하나는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멀리서 사람이 없는 모습을 찍는 것은 편하게 할 수 있다. 용기를 내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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