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방에서 점점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각 방송사가 “시청률이 낮다”는 근거를 들어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에 공공성을 띈 문화교양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올해 1월 초에 KBS에서 <TV, 책을 말하다>가 폐지됐고, 2월에는 EBS가 FM라디오 봄 개편에서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등 문화 교양 프로그램 4개가 없어진다. 폐지가 된 빈자리에는 영어, 처세술 관련 프로그램이 새로 편성되게 된다. 특히 7년간 유지된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는 문화, 미술, 공연의 소식을 단순 가십거리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심층적으로 비평하는 거의 유일한 경우였다. 폐지를 반대하는 카페까지 개설 되는 등 누리꾼의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문화교양 프로그램은 당장의 필요성을 쉽게 인지하진 못하나 없어선 안 될 일종의 사회간접자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교양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시장논리’에 의해 프로그램을 편성하려는 방송국의 태도에 많은 평론가, 누리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문화교양 프로그램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방송사가 공영방송사라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KBS, EBS 등 국민들의 수신료로 유지되는 공영방송사가 앞장서서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공영방송은 당장의 시청률, 수익률과 관계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론가 등 방송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방송에 대한 시민의 문화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일동’은 최근 문화 교양 프로그램 폐지 반대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는 “문화가 살아야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산다”는 구절이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몇 년 전 ‘한류’ 열풍에서 이 구절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률이라는 당장의 ‘시장논리’에 사로잡혀 장기적으로 큰 빛을 발할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태가 아닐까?

   
교양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현 세태를 풍자한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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