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기자회견, 파업결의 대회를 가다

2월 20일 아침, 한나라당 당사 앞은 전경버스와 집회 참석자가 얽히고설켜 혼잡했다. 10시 30분 경,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40여명의 언론노조 조합원이 등장했다. 북소리와 투쟁을 향한 외침 속에서 ‘한나라당 언론악법 반대 및 합의기구 구성 촉구’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언론노조 YTN 노종면 지부장이 다소 격양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어 연설문을 읽었다. “한나라당의 언론법 개악에는 국민 70%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론형성에 절대적인 뉴스방송에 재벌의 방송참여는 시청자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어 언론노조의 투쟁 의지를 자랑하는 듯 거침없는 발언이 이어졌다. 언론노조 MBC 박성재 본부장이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우리가 왜 일터를 버리고 파업을 했겠습니까? 힘없고 어려운 중소상인, 서민을 위해 우리가 양심껏 취재해서 보도하고 부조리를 바로 잡는 방송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섭니다. 양심껏 취재하고 사실대로 보도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뉴스방송이 대기업의 자본과 보수신문에 넘어간 이후의 일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 하지만 대기업, 재벌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뉴스방송이 대자본에 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자본이 지배하는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여기저기서 흔들리는 노란색 막대 풍선과 커다란 함성으로 판단해볼 수 있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기자가 열심히 뛰어 우리 같은 사람들 도와줘야지. 만날 쓸 때 없는 것만 쓰고 있어”라고 기자들을 향해 쓴 소리를 남기셨다.

2월 26일 늦은 3시에는 자리를 옮겨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자리를 잡았다. MBC는 물론 SBS, EBS, 심지어 제주 MBC라고 적힌 깃발도 펄럭였다.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부터 젊은 남녀, 백발이 성한 노인들까지 많은 사람이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피켓을 들고 있었다.

자그마치 5번째 열린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 대회다. 직장을 떠나 차가운 길바닥에서 다섯 번씩이나 파업을 시도한 이유는 간단했다. 민주주의 수호, 국민들에게 올바른 언론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기자로서의 자존심.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한마디 덧붙였다.

“현장을 지키면 좋은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궂은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휴일에도, 밤샘하며 현장을 지켰습니다. 누가 이렇게 살아온 우리에게 정권에 굴종하라고 강요합니까? 노동자 서민의 삶을 무시하라고 강요합니까?”

파업도 불사한 언론노조원들에게 미디어법 개정안은 어떤 의미일까? 지방에서 올라온 MBC 노조원은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으로 지역 언론은 힘을 잃게 됩니다”라며 “지역 언론의 고른 발전을 위해 언론악법을 막아야합니다”라고 성토했다. CBS 노조원은 “재벌의 돈이 없어도 우리끼리 바른 언론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언론노조가 똘똘 뭉쳐서 이겨내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결의 대회가 진행되던 중 주위가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한껏 더 고조됐다. MBC 노조가 내일부터 파업을 선언하고 다른 언론노조 지부들도 빠른 시일 내에 파업 대책위원회를 조직한 후 참여를 약속했다.

대체로 집회와 파업은 자신 혹은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하지만 모든 집회 혹은 파업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박성재 본부장은 “언론의 자유, 방송의 자유를 수호해 방송의 주인이 시청자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