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제 살리기법', 언론노조 '언론장악법' 극한대립

한나라당과 언론노조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법의 핵심 쟁점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나라 전체가 어려운 시기다. 그런 만큼 대기업과 신문사의 보도전문ㆍ종합편성 채널 진입 허용과 보도편성이 가능한 지상파 방송 진출에 따른 경제적 손익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종합편성 채널은 한 방송국이 다양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을 의미하며 케이블과 위성 방송의 채널 형태가 대표적이다. 보도전문 채널은 뉴스와 시사보도를 주로 편성하는 채널로 YTN이 이에 속한다. 지상파 방송은 지구 표면을 따라 퍼지는 전파를 이용한 송출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송출되는 방송을 의미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주로 인용한다. 보고서에선 미디어법의 경제적 손익을 “규제 완화 이후 전체 방송시장 규모가 1조 6천억원(16.5%) 증가하며 취업유발효과가 2만 1천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법이 이른바 경제 살리기, 일자리 늘리기 입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석이라는 비판이 많다. 현 방송시장의 상황으론 추가 투자에 의한 경쟁이 고정된 규모의 방송시장을 두고 경합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다.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문종대 교수는 “일시적으로는 경쟁을 위해 투자가 많아질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고정된 규모의 방송시장에서 출혈경쟁 후 시장 독점화 현상이 일어나면, 최소비용의 자본논리에 의해 오히려 고용이 감소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경제적 손익을 미디어법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우리대학 충주캠퍼스 신문방송학과 양성호 교수는 “신문과 방송 등의 언론매체가 꼭 경제성장에 이바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국민들의 올바른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미디어법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대기업과 신문사의 보도전문ㆍ종합편성 채널 진입 허용과 보도편성이 가능한 지상파 방송 진출로 인한 언론환경변화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미 진출이 허용되어 있는 영화ㆍ오락 채널과 달리 보도전문ㆍ종합편성 채널과 지상파 방송 송출은 사회의 여론 형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미디어법으로 인한 언론환경변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이 법이 통과되면 몇몇 언론매체가 여론형성 기능을 독점하게 됨으로써 언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선전홍보물을 통해서 미디어법이 “지상파의 뉴스방송 독과점 체제를 타파하고 나아가 보도채널을 증가시켜 다양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론자들은 이런 논리가 실제 우리나라 언론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언론노조 권철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서 방송사를 겸업할 수 있는 신문사는 조선ㆍ중앙ㆍ동아 일보뿐이다”며 “이들 신문이 방송을 겸업하며 사회적 이슈를 보수 편향적인 논조로만 보도함으로써 다양한 여론형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일간 신문의 보도전문ㆍ종합편성 채널 진입 허용과 보도편성이 가능한 지상파 방송 진출이 대기업과 공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대기업이 방송 사업에 진출했을 경우, 과거 동양방송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동양방송과 중앙일보는 계열사의 사카린 밀수와 조미료 원료 불법 수입을 은폐하거나 비호하려 한 적이 있었다. 언론노조 류성우 정책국장은 “대기업이 방송 편성과 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방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질시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류성우 정책국장은 “대기업이 소유한 상업방송이 공영방송과 같이 손해를 감수하며 공익 프로그램을 제작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법에 대해 언론노조 김보협 한겨레 지부장은 “언론장악을 통해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며 “모든 국민이 기득권층이 듣는 것, 보는 것, 느끼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밝은 곳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언론을 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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