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 카니발 파스나크트(Fasnacht)를 보고 느낀 단상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국경에 자리한, 작지만 큰 도시 바젤은 라인 강을 끼고 있으며 여느 라인 강변의 독일 도시처럼 ‘카니발(사육제)’을 연다. 카니발은 매년 사순절(2월 말에서 3월 초) 즈음에 열린다. 독어권에서는 라인란트와 쾰른의 카니발이 가장 유명하다. 바젤 카니발은 앞에 언급한 두 축제만큼 크진 않아도 제법 유명하며, 필자는 한 학기 동안 이 곳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바젤 카니발을 즐길 수 있었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지에서 파스나크트(die Fasnacht)로 통칭되는 바젤 카니발은 올해 3월 2일 월요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열렸다. 축제 전 주말부터는 후원 배지를 사서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관광객들이 바젤 시내를 누비고, 색종이가루가 거리 곳곳에 깔리는 등 축제 분위기가 감돈다.

축제 전날 늦은 7시에는 바젤의 근교 마을에서 바젤카니발의 전야제(Chienbäse)가 열린다. ‘동장군을 완전히 몰아내자’는 의미의 행사로, 불을 붙인 장작더미를 어깨에 맨 행렬과 불마차의 행렬이다. 이렇게 시작된 축제 열기는 다음날 새벽 4시의 공식 축제 시작 행사(Morgenstreich)로 이어진다.

전야제부터 밤을 지새운 사람들, 또 곤히 자던 시민들까지 새벽에 깨어 시내 중심광장으로 향한다. 4시가 되면 시내 불이 모두 꺼져 깜깜한 가운데 형형색색 그림과 정치 풍자 등의 주제를 표현한, 크고 작은 램프를 이끈 이들이 중심거리를 행진한다. 행진이 끝나면 다들 피곤함에 지쳐 집에 돌아가 쉬는데, 늦은 1시에는 본격적인 행렬을 보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온다.

커다란 마차들이 시내를 누비며 선물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마차에 탄 사람들(대개 아저씨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우스꽝스런 가면을 쓰고서 사탕이나 오렌지, 꽃과 인형 등의 선물을 준다. 보통 아이들에게 주긴 하지만, 색종이가루를 한 됫박 맞을 자신이 있는 어른들에게도 곧잘 선물을 쥐어주는 편이다. 따라서 어른들도 마차 위의 분장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달라고 조르며, 선물 대신 색종이가루를 듬뿍 맞더라도 그저 아이처럼 웃어버리곤 한다. 이 거대 행렬은 축제 마지막 날 다시 행진하며 축제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축제를 위한 바젤 시의 지원은 대단하다. 축제의 가면과 의상, 영상과 오래된 그림들을 전시한 박물관이 상시 열려있다. 또한 축제휴일이 있기 때문에 축제 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초ㆍ중ㆍ고등학교, 대학교도 축제 활성화를 위해 일주일씩이나 공식 휴강일로 지정하고 있다.

참여하는 시민들도 대단하다. 축제행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나이는 주로 어린이부터 중년, 노인까지 분포되어 있다. 축제의 재미에 흠뻑 빠진 어린 아이들이 나이 들어서도 아이들을 위해 축제의 주축으로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 정말 1년 내내 축제를 기다린 것처럼 한 판 벌인다.

문득 우리나라 축제들을 떠올렸다. 축제란 이름을 붙여 적당히 꾸려놓으면 관광객들은 돈을 지불하고 구경해야 하는 구조, 그래서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어서 크게 실망하곤 했다. 또 대학 축제는 어떤가. 노력은 있어왔으나 여전히 술이나 연예인 외에는 남는 것이 없다. 대동제의 경우 ‘개교기념일’이란 명목으로 쉬기에 조금은 맘 편히 축제에 참여해도, 가을에 열리는 축제 때는 수업 듣느라 구경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바젤카니발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전폭적인 사랑을 받기까지는 지역 주민 각계각층의 축제에 대한 사랑과 꾸준한 노력,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지역, 학교도 못할 게 뭐가 있나. 본전 생각하면서 뭔가 아까운, 그저 그런 축제 말고 구성원들이 모두 갈구하는 축제, 일상을 완벽히 잊은 채 즐거워하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노력이 있다면 우리나라, 우리대학도 충분히 멋진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바야흐로 봄, 축제의 계절이 다가온다. 곳곳에 계신 축제 관계자 분들이 자극을 많이 받고 더 좋은 축제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시길, 동시에 독자 분들 모두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멋쟁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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