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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의 여행기 ① - 티벳편
허영지(법과대ㆍ법2) | 승인 2009.03.30 15:34

티벳. 그 곳에서 숨을 쉴 때는 무언가 다른 공기가 느껴진다. 그곳이 비단 해발 3000m이상의 고지대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티벳에서만 감지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티벳의 공기에도 깊숙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해발 3000m이상의 고지대에 적응하기 쉽지 않으며 실제로 티벳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70%이상이 고산증에 시달리게 된다. 고산병의 통증이 심한경우에는 생명이 위급한 상황까지도 발생하게 되는데, 고산병의 유일한 치료방법은 지대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중국 내륙으로 서둘러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티벳을 방문했던 것은 2008년 3월. 고지대답게 날씨는 한국의 한겨울 날씨 못지않게 추웠고 무엇보다도 나는 극도로 심한 고산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고열과 어지러움 속에서 3일을 버티다 보니 몸무게가 어느새 3kg이나 줄어있었다. 다행히 중국본토에서부터 나와 함께 여행을 해오던 대만 친구 하나가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라싸 외곽지역의 외국인 병원에 입원시켜 주었다. 담당 의사는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의사가 아닌 티벳 현지의 나이 많은 여인이었는데 나의 맥박을 지긋이 짚고 증상을 물어보더니 상태가 위급한 상황이니 얼른 성도나 주변의 대도시로 돌아가라고 충고해주었다. 그 때 가 이미 6개월 가까이 세계여행을 하고 있던 중에 내가 처음으로 심각한 좌절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내가 처음 여행을 떠난 목적은 다른 누군가처럼 낭만을 꿈꾸거나 세상을 향한 포부로 가득했던 것이 아니었다. 군대를 갓 전역하고서 이른바 '군대 물이 빠지지 않아서' 사회에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 도피성으로 허겁지겁 도망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다행히 여행은 나에게 다른 세상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값진 경험들을 선물해주었고 그로 인해 나는 어느새 삶을 향한 강한 의지와 긍정적인 마음들을 회복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티벳에서 만난 중년의 여의사에게 여행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원한 패배자일 뿐이구나.
 군대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였는데 결국 세상에 나와도 나는 패배자일 뿐이구나.'

나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이대로 여행을 끝내버리면 평생 패배의식에 갇혀 살아갈 것만 같았다. 다시는 여행을 하지 못하고 세상 앞에 당당히 설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희미해져버린 나의 소중한 꿈을 다시 회복할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때의 나는 분명한 패배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여행을 계속해야만 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계속하겠다고 말하고서 입원 3일 만에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 문을 박차고 나왔다.

   
티벳과 네팔의 국경지대 부근에 위치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함께 여행한 외국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좌측 상단 두 번째가 필자.

 우리네의 인생은 정말이지 여행과 똑같은 것 같다. 때로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예기치 않았던 사고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때가 있는 반면 기대치 않는 행운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처음 접한 무언가에 대하여 색다른 충격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희석이 되고, 한 때는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무언가가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을 경험하고 나면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무엇보다도 여행이 우리네의 인생과 가장 닮은 점은 우리네의 삶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되는 것처럼, 결국 여행 또한 그렇게 계속된다는 점이다.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온 뒤에 내가 무사히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도 나는 고산증의 고통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무사히 티벳 전역의 여행을 마치고서 다음 행선지인 네팔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이동하였다. 함께 여행하던 일본, 유럽 친구들은 나의 의지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격려하면서, 또한 내가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며 아마도 티벳의 하늘이 너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것 같다며 함께 웃어주었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처럼 나는 세계 최고봉을 배경으로 하여 웃음을 머금고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가슴 뛰는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세계 여행을 마치고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관한 궁금증을 나에게 물어오곤 했다. 내가 그 때마다 사람들에게 일관되게 해왔던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여행이란 간절히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며, 여행을 마치고 나면 누구나가 한 뼘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곤 한다. 굳이 외국을 고집할 필요도 없고 굳이 많은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특별히 준비를 많이 하거나 책을 많이 읽고 갈 필요도 없으며 굳이 무언가를 얻어 보겠다고 욕심 낼 필요도 없다. 그저 가방하나 단촐 하게 메고 어디든지 떠나서 그 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반성의 꺼리들을 끄집어내어 치열하게 고민해보고, 내가 지금껏 살아온 세상과는 조금 다른 세상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다른 이를 더욱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자아를 돌아보면 되는 것이다.

 어디든 떠나보자. 사람의 향기가 그윽한 곳, 흙 내음이 무성한 곳, 그에 더해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맛 집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당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당신의 마음을 남기고 당신의 사랑을 전하고 오라. 지난 뒤에 그 곳은 분명 당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여행지로 죽는 날까지 기억될 것이다.

허영지(법과대ㆍ법2)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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