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나무 냄새가 있는 곳, 목방

천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공간, 은은한 노란 조명 아래 메모꽂이, 목검, 과반, 액자, 거울 등의 각종 목공예 작품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작품들 앞에 놓인 하얀 날적이에는 ‘이야~진짜 이쁘다!’, ‘멋져! 축하해’ 등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이 손수 남겨놓은 글이 적혀 있고 쵸콜릿, 과자, 사탕 등의 작은 선물들이 그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은은하면서 구수한 나무냄새가 적절히 배어 있는 아늑한 이곳. 바로 순수 목공예 동아리 ‘목방’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학생회관 2층 대회의실 앞에서 연 ‘제19회 목방 정기 목공예전’이다.

▲ © 김혜진 기자

‘목방’은 연한 듯 하면서도 강하고, 강한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나무의 성질을 이해하고 나무를 깎고, 다듬고, 조각함으로써 민예적인 목공예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창작비평분과 동아리다. 학생회관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는 장승도 바로 목방에서 만든 작품이라니, 장한벌 수호신도 목방에서 뚝딱 나온 셈이다. 목방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기훈(정통대·컴공2)군은 “공예와 관계없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목공예 동아리는 전국에서 우리밖에 없어요”라며 목방인으로써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목방은 예문대 학생이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나무가 좋아서’라는 이유로 함께 하고 있다.

목방인이 된지 3년째라는 이경선(생환대·원예3)양은 “신입부원 때는 꿈에 부풀어 작품 도안에 복잡하고 예쁜 디자인을 많이 그렸어요.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다보니 처음 도안과는 다른 단순하고 작은 작품이 나오게 되더라구요”라며 웃었다. 이처럼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스스로의 실력을 인정해가며 도안을 수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하지만 자신과 나무의 교감을 통해 마침내 얻어낸 결과물을 보면 너무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 작품을 만들어보았다는 신입부원 김윤석(공과대·기계항공공학부1)군은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이라는 의미를 담은 ‘朋友’를 새긴 작품을 내놓았다. “군대가는 친구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김윤석군. 이번 작품은 본인은 물론 친구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값비싼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인터뷰 도중 기름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 하나가 주위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으며 들어왔다. 부원들의 칭찬이 대단한 이 작품은 바로 조그만 편지함. 못을 사용하지 않고 홈을 만들어 짝을 맞추는 기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 목방은 순수목공예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수고가 들더라도 합판을 끼워 맞추거나 못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한다고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론 학습도 필수! 매주 갖는 학습회에서는 나무와 공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외워서 아는 것보다는 실습회에서 직접 체험한 지식이 더 많다고.

나무를 느끼고 체험하며 만드는 이들, 젊은 패기로 창의적인 사고를 배우는 이들, 향긋한 나무 냄새 아래 따뜻한 정이 있는 공간을 채우는 이들, 바로 목방을 지키고 있는 학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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