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꿈꾸는 자의 여행기 ③ - 인도편
허영지(법과대ㆍ법2) | 승인 2009.03.30 15:37

인도. 배낭여행자들의 영원한 메카이자 영적 체험을 원하는 세계 각국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나라이다. 요가, 간디, 사두인, 아유르베다, 마리화나, 시바신, 갠지스 등등. 인도를 대표하는 단어만도 수십여 가지가 될 만큼, 인도는 각기 다른 개성이 혼돈과 공존을 거듭하며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인류문명의 보고이다. 그래서일까? '누구든지 인도를 다녀오면 철학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 인도여행은 다녀온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거리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 사실 인도는 원래 예정에 없었다. 원래는 네팔 이후에 바로 유럽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가격이 저렴한 비행기표를 수소문하다가 인도를 경유해야만 하는 저가 티켓이 있었기 때문에 예정에 없는 일정을 넣었다. 사실 티켓을 예매하고 나서 더럭 겁이 났다. 내가 다른 이들을 통해 접해온 인도는 더럽고 위험한 나라이며 온갖 사기와 거짓이 난무하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델리 간디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인도의 더러움과 무질서, 불친절함과 낮은 국민성이 피부에 닿았다.

 2주에 걸쳐 수도 델리와 아그라에서 시간을 보내고 핑크시티로 유명한 자이뿌르로 가려할 때 문제가 생겼다. 기차가 예정 도착시간보다 6시간 넘게 지연되었다. 개와 소똥, 그 냄새를 맡고 모여든 파리 떼가 우글거리는 아그라의 기차역. 계속해서 치근대는 호객꾼과 사기꾼, 그리고 거지들 틈에 섞여서 6시간동안 자이뿌르 행 기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문득 그 분위기가 무척 익숙해졌다. 그 더럽고 질서 없던 공간이 어느 순간 편하게 느껴졌다. 그때 느꼈다. 내가 어느 새 인도에 적응이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인간은 어디든 살아 숨 쉬며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1등석 기차를 탔지만 기차 안은 소변냄새가 진동하고 지갑을 털어가려는 좀도둑이 즐비했다. 또 늘 그랬듯 가방을 조심하며 1등석 칸을 지나다니는 쥐 떼들에 이따금씩 경악해야만 했다. 하지만 불편하지도 불평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인도의 그것에 친숙해졌기 때문이리라.

 자이뿌르를 거쳐 도착한 푸쉬카르는 인도의 서부 지역에서도 사막지대로 유명한 라자스탄 지방의 성지이다. 다른 지방보다 더욱 강하게 술과 육식이 금지되어 있고, 여성들의 대부분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만큼 온 몸을 두건으로 감싸고 다닌다. 그곳에서 낙타 사파리를 신청했다. 사파리에 동행한 '바부'라는 이름의 낙타기사는 3대째 가업으로 그 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워낙 후진국인 탓에 한국 돈으로 40만원이면 살 수 있는 낙타를 살 돈이 없어서 업주에게 고용이 되어 하루하루 일당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그와 2박 3일간 사파리를 함께 하며 인생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벽까지 바부와 이야기를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얼굴이 얼얼해졌다. 잠깐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니 무수히 많은 별들이 은은한 조명이 되어주고 있음에 감사하였다. 장시간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사이 문득 바부가 다가와 나에게 꿈이 무어냐고 물어왔다.

   
인도 푸쉬카르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만났던 수줍고 해맑은 아이들.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필리핀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필리핀에서 만난 나와 동년배의 친구가 무척이나 나를 좋아했었다. 비록 자신은 지방대를 다니지만 무역으로 세계를 누비고 싶다던 그 친구는 나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너만큼 노력하는 친구를 본적이 없다고, 네가 정말 크게 성공할 것 같다며 항상 나를 격려해주었다. 그 당시 나는 오랫동안 진정한 친구에 목말랐었고 스스로 실패자의 그늘을 걷어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친구의 한마디 위로가 천금처럼 느껴졌다. 그 친구는 자주 나에게 꿈을 물어오곤 했는데, 나는 그 때마다 당시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 늘 대답을 회피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또 대답을 회피하자 그 친구가 말했다.

 "네가 아무리 멋진 꿈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세상 앞에 이야기 할 수 없다면 그건 단지 환상이고 허영이야. 진실한 꿈은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용기야. 나는 네가 정말 큰 사람이 될 거라고 항상 믿고 있어. 설사 내가 아니라도 좋으니 앞으로는 꼭 당당하게 네 꿈을 다른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용기 있게 살아." 나는 그 날 이후로 단 하루도 그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를 잊어본 적이 없다. 또한 그 날 이후로 누군가가 나에게 꿈을 물어오면 늘 용기 있게 대답하게 되었다. "KBS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20대의 목표이고 그 이후에 그 영향력으로 더욱 값어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다시금 인도로 시계추를 돌린다. 바부는 아나운서가 무슨 직업인지 몰랐다.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꿈을물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자기 소유의 낙타를 가지는 게 꿈이란다. 그리고 고용되지 않은 자유로운 낙타기사로 살아가고 싶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 꿈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는 나의 모습에 비추어 너무도 소박하고 현실적인 그리고 용기 있는 꿈이었기 때문이다. 바부의 진실하고도 소박한 답변을 듣고서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스스로 꿈 하나에 의지해 살아왔다고 자부해왔건만 나에게 꿈이란 진정으로 순수한 열정이었는지, 또한 내가 그것을 용기 있게 지키며 살아왔는지 여행 내내 반문하게 되었다. 유럽으로 가기 전에 운 좋게 얻은 덤이었기 때문에 인도에서의 일정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덤은 큰 선물이 되어 어느새 나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허영지(법과대ㆍ법2)  kkpress@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영지(법과대ㆍ법2)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건국대학교 건대신문사
0502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5층 건대신문사
대표전화 : 02-450-3913  |  팩스 : 02-457-3963  |  창간년월일: 1955년 7월 16일  |  센터장 : 김동규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규
Copyright © 2020 건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