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 하기 싫어하고, 누구에게 부림당하는 것도 겁내는 탓에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본 적 없다. 그래도 벌써 나이가 스물 셋인데 우편함에 쌓이는 각종 고지서들을 언제까지나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있자니 눈치가 보였다.

아르바이트 구직문도 취업문만큼 바늘구멍이긴 마찬가지였다. 막상 면접을 보러 가면 인사담당자들은 영어 성적이 높지 않다고, 다른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다고 줄곧 물을 먹였다. 출퇴근 버스에 사람이 몇 명 타고 내리는지 조사하는 일조차 지원자들이 몰려 불합격의 쓴 잔을 들이켰다.

그래도 스무 번 넘게 이력서를 넣는 도끼질 끝에 귀중한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가 넘어왔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업무로, 3개월 정도 근무하는 것으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작은 사회생활에다 직접 내 손으로 한 달 80만원에 가까운 거액(?)을 번다는 설렘에 들떴다.

그러나 이곳 회사분위기, 이상하다. 동료언니들로부터 ‘알바생 한 명 뽑아서 이일 저일 굴리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실제로 회사는 정직원들이나 하는 업무를 알바생인 나에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원래 하기로 했던 일이 아니어서 ‘아직 그 정도 역량은 못 된다’며 발을 뺐는데 세상에! 그 이유로 한 달도 못가서 회사를 그만 나오라니! 게다가 임금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 한 달 있다가 넣어주겠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직원들이 찾아와 밀린 월급 달라고 언성을 높이는 터에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아는 친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 친구는 3개월 치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일터에서 쫓겨났다고 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렴 알바생이라도 그렇지 아쉬운 소리 한 번 안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이렇게 쉽게 내치다니!” 괘씸한 생각이 솟구쳤다. “그래! 내가 나와 나의 친구들에게 몸소 모범을 보이리라!”

임금체불의 동병상련(?)의 처지였던 동료언니의 조언을 듣고, 노동부에 신고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찾아봤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고용주는 매월 일정한 날짜에 임금을 지불해야 하고, 회사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약속된 날짜에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그리고 계약기간 만료 전 고용주가 합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통보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하며, 해고는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 불현듯 생각나 ‘아차!’ 싶었지만 동료언니가 한 달 동안 일한 사실을 증언해주겠다니 이제 노동부에 신고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 굳게 먹었지만 결국 노동부에 진정이나 형사고소를 하는 피곤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비록 보름이나 늦긴 했어도 밀린 임금이 입금된 것이다. 당장은 입에 쓰더라도 멀리 내다보면 몸에 단 경험이라 생각하고 모두 없던 일로 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알바생도 함부로 대하면 당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노동부에 진정을 내거나 고소를 하면 부당대우를 시정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자신의 권리를 잘 알고 행사하는 똑똑한 대학생이 되자. 참고로 진정과 고소에 드는 비용은 국가부담이라 공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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