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늦은 6시, 행정관 2층 화상회의실에서는 운동부 학부모들과 김우봉 부총장, 박순영 체육부장이 아침부터 계속된 길고 긴 면담을 이어 가고 있었다. 필자는 갑작스럽게 접한 운동부 폐부 소식에 허겁지겁 달려가 제 3자의 눈으로 논의 현장을 지켜봤다. 학부모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부총장과 체육부장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문득 머릿속에 겹쳐지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여름 장안벌을 소란스럽게 한 ‘문과대의 학사구조 개편’이다. 문과대의 EU문화정보, 히브리ㆍ중동학과 폐과가 처음 거론됐던 당시, 대학본부 측에서 두 학과 학생들의 물음에 했던 답변도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였다. 이런 점 외에도 두 사건의 유사성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결정사항이 통보됐다는 점, 곧바로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다는 점, 대학본부에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물론, 운동부와 문과대 두 과의 사정은 확실히 다르다. 농구부와 야구부, 축구부는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폐부가 거론된 반면,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ㆍ중동학과는 ‘소규모 학과’로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학사구조개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소통 구조이다. 두 사건 모두 당사자들이 대학본부로부터 결정된 사안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절차’를 중요시해온 대학본부의 태도를 생각해볼 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학본부에 중요 자료를 요청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공문을 발송해야 하며, 학우들이 세미나실을 대여할 때마저도 행정실을 방문하여 대여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들은 모두 ‘사전협의’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절차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대학본부가 결정사안의 당사자들과 아무런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정상적인 소통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결정은 해당 사항이 적용되는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운동부 유지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속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대학본부의 주장이 아무리 타당성이 있더라도 협의와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문과대 학사구조개편 당시 지적됐던 소통방식의 문제는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이런 상황에서 향후 제2의 문과대 학사구조개편, 제2의 운동부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소통에서 배제된 이들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대학본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실하게 반성하고 또 다른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부디 소통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협의와 절차 과정을 거쳐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행정관에서 다시는 소란이 일어나지 않게 되길 바란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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