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밥값은 해야지”

▲ © 한영훈 기자
“몸이 조금 불편하다는 것이 내가 기사화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정중하게 취재를 거절하던 김익현 교수.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어 목발을 집고 수업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주의 사람’을 통해 그를 만나려 했던 기자는 그의 완곡한 거절에 따끔했다. 단순히 목발과 함께 다닌다는 사실에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여전히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기자의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혹시 어린 학생 기자의 맘이 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취재를 거절하는 그였기에, 그의 목소리에서 잊었던 담임선생님의 따뜻함을 느꼈기에 더욱 그를 만나고 싶었다. 어렵게 어렵게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의 얼굴에는 여유로움과 안정감이 가득했다.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다리가 다른 이에 비해 좀더 얇다는 것과 양 손바닥에 노란 굳은살이 배겨있다는 것이 전부다. 병뚜껑 크기의 둥글고 노란 굳은살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린 그와 평생을 함께 한 목발과의 우정의 증표였다.

그런 그는 “처음부터 철학교수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자동차 설계를 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자동차 설계자’의 꿈을 버리고 ‘삶의 설계자’의 길을 택했다”고 하는 그. 그가 철학을 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스피노자의 삶의 철학’이라고 한다. “스피노자의 삶의 철학은 자신의 존재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 어느 것에도 예속되지 않은 채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의 삶을 목표로 한다”는 그의 말에서 연구 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느낀다.

▲ © 한영훈 기자

철학에 대한 그의 사랑이 학생들에게도 전해진 걸까? 그의 수업에는 언제나 청강생들이 따라다닌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요즘 시대에 청강생들이 따라다니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비결이 무엇이냐는 말에 그는 “비결이랄 것도 없다”며 “단지 어떤 개념이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고작이다”라고 겸손하게 답한다.

이렇게 잠깐씩 지나친 “청강생·수강생들이 어느새 사회에 나가서 가끔씩 그를 찾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선생이 된 제자와 함께 술도 한잔 했다고. 특히 “제자가 선생이 됐다고 하니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고 털어놓는다.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르친 학생이 또다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됐다고 하니 선생이라는 직업이 참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자와 나눴던 걸쭉한 이야기들이 생각났던 걸까? 무태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맑은 눈이 너그러이 웃는다.

‘삶의 설계자’가 되려는 김교수에게 인생철학을 물었다. 아마 무언가 더 심오한 것이 있으리라… 잔뜩 기대하는 기자에게 가볍게 웃으며 내뱉는 말이, ‘밥 값 하자’란다. “사람이 살면서 밥값만 하면 되지요~ 밥 값 못하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너무 많이 있는 것 같아요”라며 너무나 쉽게 말하는 그. “결혼을 하면 이것을 가훈으로도 할 것”이라며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어쩌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을 가득 채우며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그만은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밥 값, 제대로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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