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제사회의 특징의 하나는 다문화질서이다. 사람들 간의 잦은 교류는 에스노스케이프(ethnoscape)를, 문화와 이미지의 다양한 교류는 이디오스케이프(ideoscape) 현상을 낳고 있다.

한국도 이런 경험을 체험하고 있고, 본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일감호 주변에서 ‘니 하오’란 인사는 마치 우리들의 인사말처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중국유학생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한 식구이자 손님이다.

우리는 옛날부터 손님을 맞기 위해 집안을 쓸고 청소를 해왔다. 손님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기 위해서이다. 이런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본교는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려왔다. 본교 총장님과 국제처는 중국 각지의 40개 유수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고 지금도 그 선도적인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재 본교에는 약 1천5백여 명의 중국유학생- 학부의 8백 명, 대학원 4백명, 그리고 어학연수원생을 비롯 교환학생과 정부초청장학생-이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문화, 역사, 사회, 경제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유학생은 여러 가지 애로를 겪고 있다.

첫째, 숙소 및 취사 문제이다. 신입생의 경우 대부분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으나, 다른 일부는 학교부근 셋방에서 기거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학교기숙사 생활을 희망하고 있다.

둘째, 어학연수시스템 문제이다. 대체로 짧은 어학연수원 생활을 거치게 됨으로써 학부(대학원) 수업을 소화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셋째, 교우관계 문제가 있다. 이들은 본교 한국학생들과 가까운 친구로 지내기를 진지하게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과 일부 한국학생들의 잘못 각인된 선입견이 교우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중요하다. 한중 관계는 '一衣帶水'로 묘사되어 왔다. 양국은 근래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만큼 상호의존적이고, 상호보완적이며, 선린우호적이다. 그런 만큼 양국 젊은이들의 교린관계도 중요하다.

우리의 형편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공존공영은 불가피하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동북아시아의 공동체 건설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력과 협조는 필수적이다.

중국유학생은 그들의 미래이다. 한국학생은 우리의 미래이다. 양국의 앞날을 지고나갈 양국학생들이 서로를 알리고 이해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중국 손님이 편하게 몇 년간을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간외교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국민들 간의 이해도가 높다는 것은 우의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본교가 이들 중국 젊은이들을 지한파 및 친한파가 되도록 돕는다면 이는 건국대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중국유학생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지속적인 유학생 유치사업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모색되어야 한다. 중국 소재 유수대학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외유학생 유치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가칭 <국제교육문화교류센터>를 설치운영한다. 대규모 유학생 유치의 일차 목적이 자국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함이라면 그 숫자에 어울리는 주관교육부서가 필요하다. 1천5백 명 수준이면 단과대학 규모임을 감안하여 체계적 유학업무를 담당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요청된다. 유학생임을 감안할 때, 언어가 소통되는 다수의 지도교수와 교원의 인적 구성이 갖춰져야 한다.

둘째, 유학생 교육내용의 철저화와 다양화이다. 많은 유학생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적 차이에서 오는 우열은 있지만 어학연수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수업이 요청된다.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 이외에 직접적 참관, 시찰, 방문 등의 형식도 중요하다. 특히 한민족의 역사와 전통이 베여있는 문화유적 등에 대한 현장교육이 활용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숙사 시설의 확충이다. 유학생들의 입장에서 국내 물가는 분명 부담이 된다. 숙소 문제와 식비는 중국 현실과 너무 차이가 많아 가장 큰 고충이 되고 있다. 그들은 보다 많은 유학생들의 교내기숙사 생활 보장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다. 한국학생과 중국학생이 기숙사에 함께 기거하면서 젊음의 낭만을 구가한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    

넷째, 다문화시대적 추이에 적응해야 한다. 유학생들이 수업 이외에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교우관계 활용이 유익하다. 한국학생들과의 교류와 친구만들기는 상호간의 이해에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이런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유학생 유치에 커다란 실적을 쌓을 수 있다. 특히 한국학생에게는 해외 언어연수에 따른 경비를 대폭 줄이고, 시간절약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소득이 된다.     

다섯째, 가칭 <중국연구원>을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 이는 일종의 학술연구기관으로서 중국연구에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한국인 전문가, 연구원과 함께 대학원급 유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 개발과 공동연구를 통해 본교의 중국연구 수준을 제고해 나가도록 한다. 

봄은 집안청소에 적합한 철이다. 손님이 머물 장소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손님이 식구가 되고 친구가 되어 21세기 미래계획을 세우고 함께 동양평화를 논하는 것은 정말 소망스럽다. 본교의 유학생유치사업이 日就月將하고 月來月好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