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다. 대학생들은 기업을 체험하여 장래 계획에 도움이 되고, 기업은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행정ㆍ청년인턴과 같은 인턴제도가 커피를 타고 청소만 하는 6개월 혹은 12개월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임시미봉책이라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반대 의견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왜 알바보다 못한 인턴일까?
취업준비생에게 실무경험을 제공하고 채용의 중간과정으로 만들어진 인턴제도가 시간을 낭비하는 아르바이트라고 불릴 만큼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과 같은 인턴제도가 만연한 배경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다. 97년 IMF 금융위기 이후부터 시작된 노동시장구조 개선이 실패하면서 소수의 정규직과 다수의 비정규직 구조가 자리 잡은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계명대 임윤택 교수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려는 선진국과는 달리 비정규직을 채용하여 노동비용을 줄임으로써 성장하려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한계가 정규직전환이 없는 인턴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이 없는 인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데는 최근의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정부가 경제위기 속, 극심한 고용난의 해법으로 부작용에 대한 고려 없이 인턴을 우후죽순으로 늘리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강충호 본부장은 “정부의 행정ㆍ청년인턴제도는 실업률 등 사회통계지표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턴의 역할이 필요한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도 무분별하게 인턴 채용을 늘렸다”며 “역할 없는 인턴 늘리기 때문에 실무를 배우고 채용까지 이어지는 수습근로자로서 인턴제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정책에 따라 선심 쓰듯 인턴채용에 나서는 기업들도 인턴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병도 교수는 “지금과 같은 인턴이 운영되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잊었기 때문이다”라며 “본래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인턴의 목적을 잃고 기업홍보 등의 측면에서 인턴만으로 끝나는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정 도움이 되는 인턴제도가 되려면
나날이 퇴색돼 가고 있는 인턴을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은 ‘희망고문’이라고 부르고 있다. 실무경험도 정규직 채용도 보장되지 않아 ‘고문’이나 다름없지만 여전히 주위에서는 인턴을 끝내고 나면 구직에 유리한 경력이 된다고 ‘희망’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이헌우(공과대ㆍ기계공4)학우는 “요즘의 임시직처럼 운영되는 인턴은 끝난 후 아무런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인턴이 고문이라는 오명을 씻고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지금의 인턴제도가 단기간의 미봉책이라는 것을 깨닫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규직 채용이 보장되는 인턴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서울대학교 김병도 교수는 “지금과 같은 인턴제도에서는 회사는 인턴에게 직무를 맡길 수 없고 인턴 개인도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없다”며 “선진국과 같이 인턴 중 절반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인턴 본연의 목적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턴을 선발하여, 진로에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KCC정보통신에서 한이음 IT 인턴 과정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채용된 이희용 사원은 “회사와 인턴이 원하는 부분이 서로 일치해서 적합한 직무를 맡았을 때, 회사도 훌륭한 인력자원을 얻고 인턴도 실무를 통해 경력을 쌓으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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