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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실험실습비를 '어디에' 써야 할까?
이철호 기자 | 승인 2009.04.23 18:24

우리가 내고 있는 등록금 속에는 ‘실험실습비’가 포함되어 있다. 실험실습비는 학우, 교수들이 수업이나 연구의 진행 과정에서 실험, 실습을 위해 기자재를 구입, 보수하거나 수업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금액이다. 특히 실험, 실습 등이 많은 이공계열이나 예문계열 학과는 이 실험실습비가 중요하다.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우리대학 학우는 실험실습비로 1년 당 평균 221,948원을 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 비율은 평균 2.56%였다. 우리대학 학우들이 낸 등록금에서 이 정도의 금액이 실험, 실습 환경 개선과 수업 지원 등을 위해 쓰인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이 실험실습비는 잘 쓰이고 있을까?

열악한 실험실습 환경, 낮은 평가의 원인
실험실습비가 실제로 사용되는 실험장비, 실습환경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공계열, 수의학계열 학우들이 적지 않다. 수의과대 윤홍지(수의학3) 학생회장은 “실습에 쓸 동물들이 있는 콘테이너가 부족하다”며 실습 환경의 열악함을 호소했다. 익명의 공과대 학우 역시 “실험실에서 2~30년 된 장비를 그대로 쓰고 있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예문계열 학우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지닌 학우들이 있다. 유창혁(산업디자인3) 예문대 학생회장은 “실습장비들이 오래된 것이 많아 위험하다”며 “현재의 실습환경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수들 중에도 실험, 실습 환경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박배호(이과대ㆍ물리) 교수는 “실험실 장비 등이 너무 낙후돼 있어 대학원과 학부 간의 격차가 크다”며 “이로 인해 작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지원을 요구했다.

등록금 오르고 실험실습비 내리고
실험실습비가 실제로 실험, 실습 환경 개선에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실험실습비 자체가 적다는 데에 있다. 등록금 내에서 실험실습비 비중이 너무 적어 실험, 실습 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재헌(이과대ㆍ지리) 교수는 “학과의 특성상 답사 지원 등에 실험실습비를 쓴다”며 “지원이 많이 필요한데 실험실습비 배정을 얼마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봤듯이, 지난 2008년 우리대학의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 비율은 평균 2.56%였다. 이 비율은 2007년에 비해 0.09%가 줄어든 수치다. 반면, 2008년 등록금은 전년도에 비해 8.7%가 상승했다.

실험실습비로 책정되는 금액 역시 줄어들었다. 2007년 우리대학 결산안에 따르면 서울배움터에서는 실험실습비로 약 31억 원을 썼다. 지난 2월 예산설명회에 제출된 2009년 예산안에서 학과들의 실험실습비로 배정된 돈은 총 29억 원이었다. 2년 전에 비해 등록금은 1인당 69만 원이 올랐지만 실험실습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 공학계열의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250만 원 가량, 예술계열은 약 200만 원 정도 더 높다. 대학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인 당 실험실습비는 이학계열 215,400원, 공학계열 294,800원, 예문계열 249,200원, 수의학계열 436,800원, 인문사회계열 48,000원이다. 결국 이공계열, 예술계열 학과와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등록금 차이에 비해 실험실습비 차이는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해 쓰이도록 노력해야
실험실습비는 어떻게 책정될까? 예산기획팀 심경보 팀장은 “각 계열별로 정해진 1인 당 실험실습비에 각 학과의 실등록학생수를 곱하여 단과대와 학과에 배분된다”고 전했다. 실험실습비 책정의 기준이 각 학과의 사정이 아닌 제적인원수인 것이다. 이런 기준은 대학본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학과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실험실습비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학과에서는 실험실습비 사용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 법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김민석(법과대ㆍ법4) 학우는 “같은 특강에도 어떤 것은 실험실습비가 지급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며 “지급 여부의 기준과 사용 목적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심경보 팀장은 “실험실습비를 꼭 교육과 실습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학생들을 위해 쓴다는 보장만 있으면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각 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실험실습비가 진정으로 교육환경 개선에 사용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철호 기자  bsky05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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