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광주는 남다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지금 광주에 흐르는 기류는 심상치 않다.

필자는 며칠 전, 곧 있을 5.18 광주순례를 위해 광주로 사전답사를 가서 여러 사적지와 망월동 묘역을 견학했다. 29년의 세월이 흘러 옛 터만 남은 곳도 있고 사적지 주변의 모습이 바뀌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5월의 광주시내 한복판은 필자에게 묘한 흥분감을 줬다.

그러던 중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5.18 민주화항쟁에는 여러 사적지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300여 시민군의 최후항쟁 장소인 옛 전남도청이다. 그런데 이 날 전남도청별관 전체에는 검은 장막이 덧 씌워져있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현수막들이 걸려있었고, 가장 큰 현수막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이곳을 철거한답니다… 1980년 5월 그 핏빛절규를 기억하십니까? 이제 시민여러분께서 지켜주십시오”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청 별관을 헐어내고 옛 전남도청 근처의 부지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진입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5.18유족회와 학생ㆍ시민사회단체는 전남도청별관의 상징성을 이유로 철거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일부 유족회와 부상자회의 일원들은 별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의 농성에 맞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5월의 단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 '공사방해금지 및 방해물 수거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강체철거가 임박한 상태라고 한다.

민주화 투쟁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전남도청별관은 그 상징성으로 볼 때 중요한 보존가치가 있다. 그 점을 무시하고 개발논리로 별관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5.18로 인해 돌아가신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실례로 일본의 히로시마 원폭 돔이나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역사적 사료로서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다. 진정으로 광주에 ‘문화중심도시’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싶다면 오히려 지금 존재하는 사적지의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가두방송으로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외치던 주인공 신애(이요원 분)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별관을 철거하려고 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과연 그 분들의 외침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1년 후인 2010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3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사회는 짧은 기간이지만 치열한 민주화투쟁의 역사를 쌓아왔다. 그 역사의 흔적이 ‘전남도청별관’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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