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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의 재발견 ― 직접 듣는 영화 뒷이야기
김세연(예문대ㆍ영화예술4휴) | 승인 2009.05.11 18:26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혹은 영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들과 같은 유명인사가 게스트로 참여하는 상영회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표구하기가 쉽지 않고, 어찌 어찌 그들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쳤다 해도 대뜸 그들에게 다가가 대담을 신청할 수도 없는 노릇. 이럴 때, 그저 DVD를 틀기만 하자. 관심 있는 영화의 뒷이야기를 듣고자 했을 때, 이처럼 저렴하고 간편하게 그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어쩌면 그들도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이 장면은 어떠한지, 또 저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는지를 일일이 주변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코멘터리는 영화를 만든 그들에게나 그것을 감상하는 우리에게나 좋은 기회일 터, 여기 당신을 위한 추천작 두 편이 있으니 이와 함께 코멘터리 감상을 시작해보는 게 어떠실지?

   < 복수는 나의 것 >
   제목부터가 살벌한 느낌을 주는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전기고문, 난도질과 같은 잔혹한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다. 이에 못지않게 코멘터리 역시 충격적이라면 믿어질까? 그러나 코멘터리가 주는 충격은 영화의 것과 사뭇 다르니 안심하시길. 이처럼 살벌한 영화의 전혀 안 살벌한, 오히려 코믹한 코멘터리. 충격의 진원지는 바로 여기에 있으니 말이다.

   박찬욱, 류승완 감독에 의해 진행된 이 코멘터리는 진지함 속에서도 한 번씩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불법 장기매매 장면에서 생뚱맞게 등장하는 장미나, 배우가 알몸으로 히치하이킹 하는 장면 등 스스로가 연출한 장면에 대해 스스로 굉장히 재미있어 하는 감독의 모습은, 이상하면서도 그래서 오묘한(?) 유쾌함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발가락 같은 손가락’이나 ‘망원렌즈로 찍어도 광각렌즈로 잡은 듯한 얼굴’ 이야기(심지어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적인 이미지로 매체에 등장하던 박찬욱 감독의 모습은 정녕 설정된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강력한 입담을 자랑하는 류승완 감독과의 코멘터리 작업이었기에 더욱 그러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작업이 마냥 코믹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장면들이나, 전형적인 연출방식을 따르지 않은 장면들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진다. 또한 현장에서 즉석으로 촬영된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제작자의 (‘이 장면이 있어야 흥행할 수 있다’는) 요구에 의해 즉석 촬영되었다는 한 장면은 너무나도 애달픈 내용의, 그래서 정밀하게 연출된 장면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것이어서 굉장히 놀랍다. 그것이 어떤 놀라움인지는 두 감독과 함께 영화를 감상해야만 얻을 수 있는 바, 살벌한 영화와 안 살벌한 코멘터리의 교차가 주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 스쿨 오브 락 >
   영화 <스쿨 오브 락>의 주인공은 ‘잭 블랙’일까, 혹은 ‘듀이 핀’(잭 블랙의 극중 이름)일까? 영화 속 캐릭터와 배우의 실제 모습이 이처럼 비슷한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극중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배우들이 적지 않다고들 하는데, 이러한 말이 과연 잭 블랙에게도 해당될지 의문이다. 그만큼 <스쿨 오브 락>의 코멘터리를 하는 잭 블랙의 모습은 영락없는 주인공 ‘듀이’이다. 아니, 듀이가 곧 영락없는 잭 블랙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되었든 간에, 듀이, 혹은 잭 블랙의 그러한 모습 때문에 이 DVD를 집어든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웃었던 만큼 코멘터리를 보면서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잭 블랙과 함께 코멘터리를 진행했던 <스쿨 오브 락>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시종일관 잭 블랙이 들려주는 무대 뒷이야기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거린다. 이와 더불어 감독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잭 블랙의 열정적인(!) 몸짓과 표정, 연기에 대한 감상을 털어놓는데, 그 모습은 마치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하는 수다스러운 친구와도 같다. 그러니 이 코멘터리를 감상하는 관객은 누구보다도 유쾌한, 그러면서도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많은 뒷이야기를 아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그 유쾌함의 진원지인 잭 블랙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앞서 잭 블랙과 극중 주인공 듀이가 많은 면에서 닮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코멘터리를 감상하다 보면 의외의 사실들도 만나게 된다. 아이들과 손발이 척척 맞는 호흡을 보여준 잭 블랙에게 이런 종류의 공포증이 있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게다가 진짜 음악 선생님은 잭 블랙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 이 모든 뒷이야기가 작은 CD 한 장에 담겨 있으니, 직접 DVD를 감상해 보길.

김세연(예문대ㆍ영화예술4휴)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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