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3년을 꼬박 건대신문사 기자로 보낸 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높은 취업의 문을 피해 도피하듯 선택한 휴학. 여느 휴학생들처럼 계획도 세우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교육전문회사에 1년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된 나는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내 인생의 첫 직장이라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 부딪혀 살면서 어느새 내가 세상에 타협하고 순응해 가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일 잘하고 상사에게 잘 보여서 월급 많이 받아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저항’이라는 단어는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3개월도 안된 신입사원인 나에게 상사의 부당한 언행과 회사의 부당한 대우는 어느새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할 의무가 돼 버렸다. 부당이윤을 통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상사를 보고도 찍소리 못할 만큼 내 지위는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직원들은 개인 이윤 창출을 위한 고민에 온 힘을 쏟을 뿐이지 서로간의 믿음과 유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3년간 학과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내가 <건대신문> 기자로서 특출한 기사를 쓴 것도 아니다. 하지만 3년간 대학신문기자로 살면서 내가 배운 것은 동기간, 선후배간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따끔한 비판과 자기반성을 하고, 부당한 억압과 대우에는 당당히 맞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취업 전선으로 뛰어 든 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타협만이 살 길이라고 깨우치게 되는 현실을 직면했을 때 겪었던 그 자괴감이란...

앞으로 본격적인 취업전선으로 뛰어든 후 겪을 대학과 사회와의 괴리감과 한계는 지금 느끼는 것보다는 분명히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합리한 환경이 자신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회생활하면서 웬 저항이냐, 단순히 대학 시절의 이상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고 단정 짓고 지나치기엔, 우리 주변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조리한 대우와 각종 비리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보련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듯, 아무리 아직 졸업조차 못한 휴학생이 돈 벌기위해 발버둥치는 순간에도, 내 권리를 지키려고 하는 일말의 저항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 “팀장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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