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여성 KTX 기장인 강은옥 동문을 만나다

누구나 한번쯤 어릴 적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차를 운전하는 건 푸근한 미소를 짓는 기관사 아저씨였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0여 년간 한국 철도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여기 기존의 틀을 깨버리고 당당하게 철도기관사로 진출한 여성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 여성 KTX 기장인 강은옥(철학ㆍ93졸) 동문이다.

지난 20일 이른 7시 50분. 출발지인 서울역으로 출근한 강은옥 동문은 승강장에서 탑승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보다 열차가 늦게 도착해 준비할 여유가 부족했지만, 침착하게 운행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그녀가 그간 쌓아온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30만 km 무사고 운전의 기록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녀는 “나만의 일에 몰입하며 배운 기술을 가지고 능력을 구현하는 점이 철도 기관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또한 운전하면서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고.

철학과를 졸업한 강은옥 동문은 어떻게 해서 철도 기관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 그녀는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인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그녀는 생활의 기반이 되는 직업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회에서 규정하는 여성성에 반감이 있어 이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을 이었다. 결국 수능에 다시 응시해 29살에 철도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운전기전학과 ‘최초’의 여학생이 됐다. 그리고 2000년 기관사로 임용되면서 ‘최초’ 여성기관사가 됐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항상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최초’. 이 단어에 대해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라고 털어놓는다. 아무래도 동료들 가운데 홀로 여성이다 보니 타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생활리듬이 불규칙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진동 및 소음으로 인한 자잘한 스트레스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묻자 그녀는 “철도 자체가 좋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웃음지었다. 더불어 우리대학에서 전공한 ‘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녀는 “철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삶이 풍요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철학에 애착을 갖고 있다. 철학을 통해 사람은 사고의 틀,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 등 인생의 기본기를 다지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은옥 동문은 자신의 지난날을 돌이키며 “삶의 과정상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시절이 있겠지만 그 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방황하는 순간순간들이 힘들겠지만 이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삶의 밑바탕이 된다는 말이다. 끝으로 “스스로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지 생각해보라”며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지 얼마 안 돼 그녀가 왜 ‘최초’일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됐다. 그녀의 삶이 진지한 자기고민과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쌓아올려진 것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가서도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조언대로 인생이라는 선로 위에서 어떤 목적지를 향해 달릴지 깊이 생각해보자. 그리고 때론 목적지까지 거리가 아무리 멀다고 해도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아직 젊지 않은가.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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