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학생활 5년차, 5라는 숫자가 단숨에 마셔버린 커피 한잔과 같이 씁쓸하고 아쉽다. 대학생활은 하루하루가 비슷하기만 했던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르다. 1년이 지나, 학년의 타이틀을 바꿔 달 때마다 과거의 내가 믿어질 수 없을 만큼 그 느낌도 그리고 바라볼 수 있는 이상도 변화무쌍했던 5년이었다.
5년 전, 내 나이 스무 살. 여느 신입생과 다름없이 고등학교 시절의 꿈이자 이상이던 대학생이 되어 건국대학교에 처음 온 날. 그 1년간의 신입생 시절은 평생이 지나도 가슴 한 쪽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의 신선한 만남과 경험에 흥분되고 즐거웠던 시간, 학생에서 불완전한 사회인으로써 첫 발을 디디며 느낀 감정들과 고민들이 내 1년을 채워갔었다. 첫 후배를 맞는 설렘과 어느 덧 익숙해진 학교생활을 한 2학년, 전공과 수많은 프로젝트 속에 바쁘고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일상을 살던 3학년, 그리고 그 바쁜 일상과 취업에 대한 압박감에 도피처였던 1년 여 간의 휴학생활을 마치고 그렇게 5년이 지난 지금 대학 4학년인 나는 또다시 새로운 감정과 씁쓸함을 느낀다.

샌드위치 4학년인 나는 지금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그 사이에 끼인 ‘취업 준비생’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는 세상의 시선들을 느끼며, 떠난 후의 내 모습에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인 한숨이 내쉬어질 뿐이다. 학과 생활과 동아리 생활을 하며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들과 수많은 인연을 맺으며 추억을 쌓으며 지내온 5년이었지만 떠나야하는 이 때 대학생활의 마무리는 씁쓸하기만 하다.

벌써 떠난 선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이 섰었을 그 자리에 서있는 나는 그들이 남긴 것들을 주워본다. 그들은 결국 나와 추억을 나눈 선배가 아닌 ‘○○에 입사한 연봉 ○○인 선배’로 남겨져 있고, 과거와 현재의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동문회는 후배들을 위한 취업의 문이 돼버렸다.
그로 인한 현실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사회생활과 이상과의 괴리감을 철저히 느끼는 요즘이다.

수십 개의 기업에서 올라오는 인턴에 지원하기 위한 자소서 쓰기, 나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는 스펙 올리기, 기업 면접스터디, 교양 과목으로는 취업강좌까지 대학 4학년이라는 이름보다는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샌드위치 세대 취업 준비생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되고 싶다’라는 꿈은 잊혀진지 오래고, 나 역시 부끄럽지 않은 타이틀을 갖고 떠난 후 내 뒷모습을 걱정하며 내 명함을 누런 종이가 아닌 황금빛 명함이 되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삶의 길목에 서서 달려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과연 사회 현실만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가치관이, 가장 아름다웠던 20대의 봄날을 마무리하는 이때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샌드위치 4학년이 아닌 타이틀이 아닌 꿈을 향해 새로운 세상으로 한걸음을 내딛으며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우리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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