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우리대학 교수 62명 시국선언 진행

지난 9일 이른 11시 학생회관 앞에서 약 20여명의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건국대학교 교수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 9일 이른 11시 학생회관 1층에서 시국선언이 진행됬다. ⓒ안상호 기자

<시국선언 전문>

더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에 고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는 크나큰 슬픔과 분노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국민들은 한없는 눈물을 쏟고 있으며,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분향소마저 파괴하는 비정한 폭력 앞에 할 말을 잃고 있다.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을 억압과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비민주적인 처사에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어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뿐이겠는가. 지난 1월, 생존권을 지키려는 용산 철거민들의 절박한 외침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여 다섯 시민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순간 이 나라 공권력의 정당성은 땅에 떨어졌다.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함이 마땅함에도 오히려 피해자의 유족 등에게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으니, 이는 현 정부가 국민을 억누르는 정부임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건국대학교 교수들은 이 땅의 지식인으로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켜야 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방관자로 머묾으로써 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막지 못하고 국민들이 슬픔과 분노에 빠지도록 한 데 대하여 커다란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의 비민주적 국정 운영에 대한 경고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년 남짓. 우리 국민은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반서민적인 행태에 거듭 실망하며 절망하고 있다. 각종 권력기관을 동원한 민주적 요구의 탄압, 편중 인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방송을 비롯한 언론 장악 시도, 한반도를 긴장으로 내모는 대북 정책, 기득권층을 보호하고 서민을 울리는 경제정책, 국민적 자존심과 주권을 훼손하는 사대적 외교, 대운하 사업 의혹을 받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 어느 하나만으로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사안들을 이루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 모든 일이 국민적 반대를 거슬러서 일방통행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바,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경제위기는 비민주적인 밀어붙이기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이 필수적인데, 이명박 정부는 정책적․이념적 편가르기를 통해 국민통합을 저해함으로써 위기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계속하면서 그것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공권력으로 압박하고 있는바, 사회질서의 안정을 빙자한 권력 남용은 오히려 국론분열과 사회불안을 낳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정치사회적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폭발 직전으로까지 팽배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간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과의 소통에 발 벗고 나서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국민 여론에 귀를 막은 채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써 국민과 맞서는 길로 나아가려 하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어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와 같은 비민주적 독단의 결과가 무엇일지는 지난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필경 정권 퇴진을 향한 국민적 저항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해친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억압하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하는 정부로 거듭 나기를 희망한다. 그를 위해서는 지난 잘못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국민 주권 회복을 위한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비민주적 권력남용 행위에 대하여 국민에게 사과하라.
1. 국민 주권의 헌정질서에 반하여 국민을 억압의 대상으로 삼아 크나큰 국민적 실망과 불신을 야기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총사퇴하라.
1. 이명박 정부는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강구하라.
1.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은 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간섭과 개입을 중지하고, 미디어 관련 법안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폐기를 천명하라.
1. 이명박 정부는 시민의 민주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촛불집회를 비롯한 평화시위 관련 연행자를 석방하고, 추후 시민의 평화적인 집회를 전면 허용할 것임을 천명하라.
1.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국민적 요구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제시하라.

2009년 6월 9일
이 땅의 민주와 정의를 열망하는 건국대학교 교수 62인


강철구(기계공학과) 고창운(국어국문학과) 곽태영(공예학과)권형진(사학과) 김광수(경영학과)

김광표(분자생명공학과) 김기흥(사학과) 김동규(신문방송학과) 김성민(철학과) 김재현(환경과학과)

김종갑(영어영문학과) 김진석(수의학과) 김형석(인터넷미디어공학부) 노영희(문헌정보학과)

노정은(중어중문학과) 민요셉(화학공학과) 박근규(동물자원연구센터) 박병도(법학전문대학원)

박삼헌(일어교육과) 박종명(일어교육과) 송기형(영화과) 송치만(커뮤니케이션학과) 신동흔(국어국문학과)

심성보(러시아어문학과) 양성관(교직과) 여운석(생명공학과) 오창섭(산업디자인과) 오환술(전자공학부)

윤병선(경제학과) 이계수(법학전문대학원) 이기원(생명공학과) 이상욱(물리학과) 이승호(법학전문대학원)

이영범(행정학과) 이재승(법학전문대학원) 이준택(물리학과) 이흥용(법학과) 임기원(체육교육과)

임 준(생명공학과) 장영백(중어중문학과) 정상봉(철학과) 정운채(국어국문학과) 정태건(기계공학과)

조경상(생명과학과) 조도상(수학교육과) 조시현(법학과) 조용만(법학전문대학원) 조정순(영어교육과)

주경복(커뮤니케이션학과) 최배근(경제학과) 최병욱(경영학과) 최병일(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최윤철(법학전문대학원) 최창모(히브리중동학과) 한상희(법학전문대학원) 한정수(생명과학과)

홍완식(법학전문대학원) 홍우평(커뮤니케이션학과) 홍재범(국어국문학과) 홍진곤(수학교육과)

황도수(법학전문대학원) 황혜진(국어국문학과) 
 

   
▲ 시국선언문을 낭독 중인 송기형(예문대ㆍ영화과) 교수. ⓒ안상호 기자

   
▲시국선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학우들.  ⓒ안상호 기자

   
▲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을 지지합니다". ⓒ안상호 기자

   
▲ 시국선언이 끝나고 학생회관 앞에서는 다음날 10일자 경향신문 1면에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광고를 싣기위한 모금이 진행됐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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