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학번 좌담회

6월. 첫 한 학기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09학번 새내기들이 가지는 생각은 남다를 것이다. 어떤 새내기는 알차게 한 학기를 마무리 했을 것이고, 어떤 새내기는 3개월 남짓 한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냈을 수도 있다. 대학교 1학기를 보낸 상태에서 우리대학의 09학번 새내기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건대신문>은 각자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새내기들을 대담 자리에 초대해, 학교의 이미지, 대학교 수업, 대학문화, 취업에 관한 이야기 등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꼈을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담 참가자 : 박기훈(본사 문화부장) 아래 ‘훈’, 중앙동아리 워너패밀리 양선용(공과대ㆍ기계공1)군 아래 ‘양’, 총학생회 집행부원 이하나(생환대ㆍ환경시스템학부1)양 아래 ‘이’, 학원방송국 ABS 수습국원 한민아(문과대ㆍ문화정보학부1)양 아래 ‘한’

훈 - 우리대학에 입학하기 전과 후의 학교 이미지는 어떤지 말씀해주세요
양 - 저는 고향이 지방이라 서울의 대학 캠퍼스에 가본 적이 없어요. 우리대학도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캠퍼스도 넓고 일감호도 인상적이라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어요.
한 - 가족이 중국에서 살아서 학창시절을 그 곳에서 보내다가 한국 대학에 진학하게 됐어요. 처음에 우리대학의 존재를 잘 몰랐어요. 원하는 과에는 합격했지만, 우리대학이 다른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입학 성적 상으로 애매한 위치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적응을 해서 잘 다니고 있어요.
이 - 대학교 입학 전에는 저학년 때부터 공부만 죽어라 해서 취업준비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막상 와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더군요. 내가 의지만 있으면 하고 싶은 모든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총학생회 집행부를 하는 등 여러 단체에 들어서 활동했어요. 대동제 전후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훈 - 그렇군요. 질문을 바꿔서 대학교 수업은 어떤가요. 다들 기대했던 만큼 만족하시나요?
이 - 흥미 있는 수업이 몇 개 있지만, 개인적으로 성적에 맞춰서 학교와 과를 선택했기 때문에 만족하는 학교 수업이 많진 않아요. 아직 적응이 덜 된 것 같아요.
한 - 본래 3개의 과를 선택할 수 있는 학부라 그다지 흥미가 없는 지정교양 과목을 듣는 경우가 있어요. 가끔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을 때도 있죠. 또한 내는 등록금에 비해 문과대는 수강할 수 있는 학점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양 - 수학과 물리가 흥미 있어서 공과대에 왔지만 대학교 수업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어요. 지정교양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나중에 고학년이 되면 잘 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에요. 

훈 - 각자 다양한 생각을 갖고 계시군요. 대학교에 와서 인상 깊은 대학문화가 있나요? 자유롭게 얘기해주세요.
양 - 공과대는 남자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학번이 같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말을 놓는 학번제가 문화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동기간의 결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학번제를 한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그런 것이 있는 줄 몰랐죠. 
이 - 대학의 음주문화가 조금 충격적이었어요. 심하다 싶을 정도의 벌칙을 시키는 술자리 게임 같은 것들 말이에요. 문득 ‘이런 걸 하려고 대학교 온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가급적 불쾌감을 주는 술자리는 피하려고 해요. 또 하나 불만인건 MT나 체육대회 등의 행사가 너무 남성 위주로 진행되는 것 같아요. 여성은 언제나 남성을 보조하거나, 남성에게 보호당하는 등 수동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한 - 전 대동제가 인상 깊었어요. 보트타기, 놀이기구, 즉석행사 다 좋았어요. 이틀을 주점에서 밤을 새웠는데, 대학교 전체가 왁자지껄해서 정신이 없더라고요.

훈 - 그럼 ‘대학교’에서의 인간관계는 어때요?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교의 인간관계는 아무래도 깊지 못하고 피상적인 경우가 많잖아요.
양 - 고등학교 때보다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첫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 대학교에서는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3월 달까지 대외활동을 하지 않아 ‘아싸(아웃사이더)’처럼 지냈지만 여러 활동을 하니 아는 사람이 많이 생겼죠.
한 - 술자리 등을 통해서 동기나 선배를 알 수 있는 길은 많지만, 거기서 정말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도 많이 신경 쓰여요. 그래서 싫은 사람이 있어도 쉽게 내색을 못하죠.
양 - 서로 얼굴은 알지만 인사하기 애매한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난감해요. 더 이상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상태인데 말이죠. 

훈 - 다들 연애는 안하시나요? 새내기들이시니깐 주 관심사일 것 같은데요.
한, 이, 양 - 솔로에요.
훈 - 제가 아픈 곳을 찔렀나요? (웃음) 연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네요.
한 - 저희 과는 CC가 많아요. 그런데 CC는 헤어지고 나서 서로를 보기가 민망하다고 하는데, 만약 헤어지고 난 후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이 - 연애는 어려운 것 같아요. 아는 친구, 선배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죠. 사귄 후 헤어지면 관계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기존의 관계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양 - 저는 무엇이든지 ‘재미있는 걸’ 좋아해요. 진지한 것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피하게 되는 성격인데, 조금은 진지할지도 모르는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저에겐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훈 - 각자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는데, 그 곳에 들어간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한 - 방송국 일을 하고 싶어서 우리대학 학원방송국 ABS에 들어가게 됐는데, 지금은 방송국 사람들도 좋고 재미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한 - 전 대동제 기획단을 하면서 총학생회 집행부 활동을 하게 됐어요. 제가 스스로 축제를 기획해서 학우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양 - 고등학교 때 부터 힙합과 랩 가사 쓰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중앙 힙합동아리 워너패밀리를 들어가게 됐죠. 생각보다 동아리 사람들과 친밀감도 많이 느끼고 동아리를 통해서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보내고 있어요.

 훈 - 여러분은 동아리와 같은 대외 활동을 하고 계신걸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시는 것 같네요. 요즘 저학년 때부터 취업을 중요시 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 요즘은 경쟁사회라고들 하지요. ‘잘 살고 싶으면 경쟁해서 능력을 쌓아라’라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인가 의문이 들어요. 자기 능력을 쌓고 싶어도 주위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도 있는데, 무조건 경쟁으로 대학생을 몰아가는 한국사회의 현실이 슬퍼요.
한 - 대학생이 다 같지는 않잖아요. 1, 2학년 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취업준비도 할 수 있지만, 대학생은 지성인이니 정치ㆍ사회적 이슈에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였으면 해요.
양 - 취업준비를 하고 어떤 직업을 가지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에요. 하지만 학점의 노예마냥 학점만 신경 쓰고 자격증에 목을 매는 풍조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꿈과 희망을 생각하지 않고 어학이나 자격증 그 자체에 신경 쓰는 것이죠. 이러면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될 수 있어요.

훈 - 자신의 1학기 대학생활을 총평해주세요.
양 - 비유하자면 평행봉을 타는 느낌이에요. 기우뚱할 뻔한 일도 있었지만, 발은 그 위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젠 중심을 잡고 본분이라고 할 수 있는 학업에도 신경 쓰고, 1학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새롭고 다양한 일을 할 겁니다.
한 - 신입생이라 공부, 대인관계 등이 시작단계라 겉도는 느낌이 있어요. 2학기 때는 모든 일이든 신경 써서 열심히 하려고 해요.
이 - 저도 양팔저울로 비유를 하자면 대인관계와 대외활동이라는 한 쪽에 비중을 둔 듯 해요. 학업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2학기 때는 두 개의 균형을 맞출 생각이에요.

훈 - 새내기 여러분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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