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등교하기 위해 정신없이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면 종종 역 한쪽에 누군가가 바닥에 상자를 깔고 누워있는 모습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우리사회에서 ‘노숙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거리에서 노숙인들을 마주치면 인상을 찌푸리며 외면한 채 지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노숙인들은 왜 거리로 나오게 됐을까? 이들은 언제부터 거리에 나와 있는 것일까?

노숙인들은 원래 ‘부랑인’이라는 이름으로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실직자가 대거 양산되면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의 2006년도 12월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 4,565명의 노숙인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숙인 수는 99년 2월 6,300여명을 정점으로 경기회복 이후 하향세를 보이다가 2003년부터 지금까지 4,5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노숙인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불우한 성장배경, 불안정한 고용상태 그리고 경기불황과 같은 외부적 상황이나 불의의 사고 등이 있다.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남기철 교수는 “개인 내적 요소와 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노숙인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가장 기본적 원인은 주택, 주거체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주거체계가 취약하다면 노숙인 증가에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우리나라는 뉴타운, 재개발사업으로 고가주택만 늘고 저가의 주거공간은 축소되고 있다”며 “서민들에게 적절한 주택양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인들이 주거공간을 갖고 싶어도 그들의 경제사정에 맞는 주거공간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에 노숙생활을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숙인들은 사기, 신분도용, 인신매매, 폭력 및 모욕,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 각종 사회적 위험과 피해에 쉽게 노출된다. 일하고 싶어도 주소지가 불분명한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노동기회가 박탈되는 것은 물론이고, 간신히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로는 철거 용역에 동원돼 살 곳을 잃은 비슷한 처지의 철거민들과 대치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노숙인. 단순히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이들이 처한 현실은 너무나 고되고 위험천만하다. 오늘도 우리 사회의 낮은 자들은 ‘노숙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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