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2박3일간 수사받아, 추가수사 이어질듯

우리대학 학생대표자 3명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아래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경찰청 보안국에 체포됐었다. 홍제동 보안3과에서 조사를 받은 하인준(정치대ㆍ정외4) 총학생회장, 이태우(정치대ㆍ정외2) 학생회장, 어광득(법과대ㆍ법3) 생활도서관장은 7일 불구속 수사가 결정돼 석방됐다. 우리대학 학생회에서는 기자회견과 7.10 대학생대회 등을 통해 기습 연행의 부당함을 알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응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사건은 지난 5일 늦은 6시경부터 9시까지 각기 다른 장소에서 3명의 학생대표자가 차례로 연행당하면서 시작됐다. 하인준 총학생회장은 버스를 타고 역곡역에서 내리는 순간 사복형사 4명에 의해 연행됐다. 이태우 학생회장은 종각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중에 체포됐고, 어광득 생활도서관장도 귀가도중 자택 주변에 잠복하던 형사에 의해 연행됐다.

체포의 이유는 지난 해 5월 촛불집회를 포함, 올해 용산참사 추모집회와 6.10범국민대회 등의 집회에 참가해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것과 도로 점거 등의 도로교통법 위반이 주된 혐의였다. 특히 하인준 총학생회장의 경우 경찰버스를 파손하고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홍제동 대공분실로 연행된 학생대표자 3인은 집회참여 여부와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집회에서 촬영된 증거사진을 비롯하여 이메일, 휴대전화 통신기록 및 위치추적 정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증거삼아 혐의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총학생회 홈페이지의 활동보고 게시판에 남긴 집회참여 소식까지도 수집해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뒤늦게 체포 소식을 접한 우리대학 학생회는 지난 6일과 7일 연이어 기습연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6일 정오에는 학생대표자들이 조사받고 있던 홍제동 대공분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7일 늦은 1시에는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사건을 알리기 위해 학생회관 앞에서 유사한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국 7일 늦은 5시경, 2박 3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불구속 수사가 결정돼 학생대표자 3명 모두 석방됐다. 한 언론기사에 의하면 경찰은 학생대표자 3명에 대해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 위반과 관련된 내부수사를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취재 결과 수사를 받은 하인준 총학생회장은 추가 수사를 통해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밝혀내 기소하겠다는 말을 담당 경찰에게 들었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우리대학 학우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체포 사실 자체도 부당할 뿐 아니라 체포 및 수사과정, 관련 혐의 등에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대 이혜동(법4) 학생회장은 “체포 소식을 듣고 정말 황당했다”며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학생대표자를 체포한 정부의 어이없는 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지적된 문제는 체포과정이었다. 통상적으로 경찰이 피의자를 소환할 경우 먼저 소환장이 발부되고, 몇 회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해 연행한다. 하지만 경찰은 학생대표자 3인에게 어떠한 소환장 발부나 통보 없이 기습적인 강제연행을 했다.

하인준 총학생회장이 체포될 당시 함께 있었던 이화여대 김정은(의류4) 씨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평상복을 입은 형사가 팔짱을 끼고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택시를 타고 연행해갔다”며 “경찰 신분을 증명할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태우 학생회장과 어광득 생활도서관장 체포과정에서도 위협을 가하거나 미란다 원칙을 뒤늦게 고지하거나 영장을 보여주지 않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수사담당부서와 수사방법도 논란을 자아냈다. 보통 집시법 위반 사건을 담당하는 경비과가 아닌 보안 3과가 사건을 담당하고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보안3과는 ‘국가안보위해사범’을 수사하는 부서이고 대공분실은 경찰청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사무실로 간첩,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산업스파이 등을 수사하는 공안기관이다. 이는 학생대표자들에게 단순한 집시법 위반 조사뿐 아니라 국보법 위반에 대해서도 조사하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학생대표자들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 사안을 조사하기 위해 유도심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태우 학생회장은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찰버스 파손, 경찰관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작은 사건을 유도심문으로 인정하게 해 집회에서 발생한 사고 전체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담당변호사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설창일 변호사는 “영장주의는 영장을 통해 신병을 확보하고 영장에 기재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증거가 확실한 혐의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고 체포한 후에 실제로는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다른 (국보법 등의) 혐의를 조사하거나 유도심문을 한다면 영장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인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대공분실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부도덕성을 알리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접 투표로 선출돼 교내의 많은 일을 담당하는 학생대표자를 연행하는 것은 학우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학생대표자들, 나아가 학우들을 무시한 부당 연행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정부를 강력히 규탄해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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