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인 7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굉장히 많지만, 우리와 멀리 떨어진 존재로만 느껴지는 빈민. 이들은 보통 노숙자, 실업자, 일용직노동자, 영세노점상, 철거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여기 무더운 여름날,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빈민들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빈곤철폐 현장활동(아래 빈활) 참가단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빈활은 빈곤의 실상이 잘 드러나는 지역을 방문하면서 빈곤에 관해 좀 더 실제적으로 알아보는 활동이다. 빈활은 캠퍼스에만 갇혀있는 대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다. 또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빈곤의 양상을 배우고 관심을 갖도록 돕는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진행된 빈활은 지난 2월, 5명의 철거민이 희생된 용산과 뉴타운개발로 한창 철거가 진행 중인 왕십리 일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빈활 셋째 날 오후. 참가단은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쪽방촌에서 기거하는 이들의 생활모습을 살펴보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빈곤층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짧게나마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이런 거 한다고 쌀 한 톨 안 나와. 더 묻지 말고 어서 나가!”
어두운 쪽방 건물 안이 한 할아버지의 호통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실태조사 도중 일부 쪽방 거주자들은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구청이나 보건소 혹은 다른 사회단체들에서 실시하는 설문에 많이 참여해봤지만, 참여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학생들의 계속된 권유에도 거부로 일관할 뿐이다. 김승욱(법과대ㆍ법3휴) 학우는 “할아버님이 오랫동안 홀로 열악한 생활을 하셔서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감이 크신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음날에도 설문지를 매개로한 빈민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마포구 성산동의 영구임대아파트로 향했다. 이 임대아파트는 마포구 복지 대상자의 25%가 밀집해 있을 정도로 빈곤밀집 지역이다. 아파트 입구 상가 쪽에서 주거복지, 기초생활 수급과 관련해 상담이 진행됐다. 또, 학생 참가단은 집집마다 방문해 주거복지와 의료급여 관련 설문을 진행했다. 전날처럼 설문에 응해주지 않는 주민도 있었고, 반갑게 맞아주는 주민도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가단은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이웃들을 만나기 위해 이번 빈활에는 수도권 소재 10개 학교 대학생 50여명이 참가했다. 빈활에 처음 참가한 새내기 공병윤(이과대ㆍ자연과학부1) 학우는 “소외된 분들이 언론에서 보여주는 거보다 더 암울한 상황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복지정책이 미약하다는 걸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흔히 빈활을 ‘봉사활동’이나 ‘빈곤체험활동’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빈활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인 빈곤층과 함께하려는 ‘연대’, ‘동행’ 활동이다. 1년에 두 번, 학점과 스펙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학기 중에는 접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 빈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빈활. 돌아오는 겨울방학에는 빈활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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