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문 너머 참새들의 지저귐에 잠을 깬 동수. 졸린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는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알람시간에 맞춰 켜진 TV에서 뉴스가 방송된다. FTA에 관한 보도가 동수의 귀에 흘러 들어간다. 정신이 번쩍 드는 동수!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 중 우리 농산물은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우리 농산물을 재배하고 먹는 것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2006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7%이고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에 그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FTA는 농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까? 우선 FTA는 국가 간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협정을 말해. FTA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공산품의 수출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인 제도로 볼 수 있어. 하지만 거대자본을 통해 대량 생산되는 외국 농산품을 수입해야 하지. 현 정부는 농업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없이 우리 농업을 외국 농산품과 경쟁시키고 있어. 우리의 식량을 책임지는 평균 연령 55.3세의 농민들은 가혹한 상황에 처할 것이고, 식량자급률은 더욱 낮아지겠지. 생사의 기로에 선 우리 농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2. 동수, 계절학기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로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는다. 옆자리에는 지금 들으러 가는 수업의 교수님이 앉아 있다. 동수 놀란 표정을 짓는다. 교수님도 동수가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는 걸 알아차린 듯 동수를 피하려는 눈치다.

“사실 교수님이라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교수님이 아닌 분들이지. 비정규직 교수라 할 수 있는 시간강사들. 급여도 적고 4대 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는 등 시간강사는 전임교수에 비해 대우가 형편없어. 대학교에는 전임교원보다 시간강사가 훨씬 많은데도 말이야. 이들이 바로 신자유주의가 낳은 비정규직!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특성 중 고용시장에서 정부가 손을 떼겠다는 노동유연화가 있는데 거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비정규직이야.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52%라고 해. 신자유주의자들은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해고의 자유가 증진되면 대학과 시간강사 모두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지. 하지만 시간강사들은 학문을 연구할 시간도 없이 여러 학교에 강의를 나가 강의를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데 그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까?”

#3. 도서관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동수를 맞이한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열람실에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의 책상 위엔 토익 책, 각종 자격증 책이 놓여있다. 좌석에 앉은 동수도 토익 책을 가지런히 편다.

“내가 스펙에 신경쓰는 이유는 단 하나야.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지. 하지만 가끔씩 정작 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스펙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단지 지금 내 옆 좌석에 앉아 있는 학우보다 더 나은 스펙을 쌓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의 무한경쟁은 신자유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사회공동체가 서로 협동하며 공존하는 삶을 저버리고, 세상 모든 것을 시장논리에 따라 상품화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지. 대학생들이 스펙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소망을 이룰 수는 없는 것일까. 아.. 정말 난 스펙에서 자유롭고 싶다~”

#4. 지친 몸을 끌로 집에 온 동수.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 이것저것 보던 중 눈에 띈 ‘등록금고지서’. 한숨을 쉰다.

“왠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등록금. 도대체 등록금은 왜 이리도 비싼 걸까. 그렇다고 대학을 안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이명박 대통령이 돈 없으면 대학을 안 다니고 돈을 벌면 될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대학 안 나오면 돈이나 벌 수 있겠어? 그러니 다들 학자금 대출이니 사채니 빌려가며 대학에 가는 거겠지. 등록금은 정부가 등록금 책정을 대학자율에 맡긴 뒤로 매해 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오르고 있어. 신자유주의 이론을 따라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거든. 정부는 교육 부문에도 경제논리를 도입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가봐. 하지만 그 실상은 등록금을 높여서 외형적인 ‘시설’ 부문의 경쟁력만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지, 교육의 질 개선 측면에서는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을 갖게 해. 아, 어쨌든 정말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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