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무더웠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2주차에 접어들었다. 개강과 함께 반가운 얼굴들을 캠퍼스에서 다시 만나면 방학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냐는 물음을 주고받는 것이 대학에선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자연스런 첫 인사가 되기 일쑤이다. 그만큼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생들 사이에선, 심지어 처음 대학생으로서의 방학을 맞이하는 새내기들에게마저도, 각박한 사회가 던져준 여러 가지 숙제들로 방학을 쉴 틈 없이 바쁘게 보내야만 ‘정상’이라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듯하다. 물론 기분 좋은 일은 분명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앞서 말한 개강인사를 여러 차례 받았고 그때마다 매번 당당하게 ‘열심히 춤췄어요!’라는 대답을 했다. 그렇다.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플 만큼 마음고생까지 해가며 정말로 열심히 춤을 췄다. 우리학교 힙합동아리 워너패밀리의 스트릿댄스팀에 속해 있는 나는 사실 동아리생활을 통해 춤을 즐긴 지는 꽤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고뇌하면서 춤에 몰두해보기는 정말로 처음이다. 그래서 ‘열심히 춤췄다’는 대답이 쉽게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올 여름의 그 따가운 햇살을 다 받아가며 우리학교 제2학관 지하에 위치한 연습실에 도착하면 곧바로 나름대로의 개인적인 실력향상과 팀퍼포먼스를 위한 연습에 몰입하기에 바빴다. 또 ‘스쿨’이라 불리는 일종의 스트릿댄스 학원에 등록해 프로댄서 선생님께 지도를 받기도 했는데, 처음엔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실력에 기가 죽어 오기도 했다. 그러다 또 선생님의 사소한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아져 피곤함도 잊은 채 귀가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동안은 몸도 지치는 것 같고 실력향상도 느껴지지 않아서 혼자 애 타는 나날들을 보내기도 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 큰 모순으로 다가왔기에 깊은 고뇌에 빠져들기도 했다. 게다가, 솔직히 때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에 대한 의심이 나를 괴롭힐 때는 더욱 힘이 들었다. 남들 다 토익공부 하느라 정신이 없다는데 나는 춤추느라 정신이 없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 바로 이거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한 생각의 꼬리는 현재를 즐길 줄 모르는 좋지 못한 사고방식의 일환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내 인생에서 진정한 가치 기준의 선정은 다분히 나 자신에게 달려있는 문제라는 것을 각성하자 앞서 말한 고통스러운 과정마저도 즐겨야 한다는 것을 정답으로 여기게 되었다.

비록 얼마 전 참가한 아마추어 댄서배틀(일종의 실력 겨루기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 마저도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개강하자마자 빡빡한 수업 일정과 여러 가지 학내행사로 훨씬 더 정신없는 일상이 시작되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연습일정은 자리를 비울 줄 모르고 있다. 넘쳐흐르는 자부심으로 한껏 더 무장한 채 연습일정 메모를 살펴볼 줄 아는 자세, 그리고 춤 이외에도 내가 가치를 부여한 일이라면 무엇에든 언제나 최선의 열정을 쏟아낼 준비가 되어있다는 자신감. 이것들이 바로 올 여름 내내 지하 연습실에서 흘린 땀이 가져다 준 소중한 재산들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