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이든 조직이든 그것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의 합의와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1만4천 건대인들은 ‘건국대학교’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고 이곳에 속해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학교라는 공동체에 필요한 합의와 소통은 무엇일까요? 바로 학생들의 목소리일 것입니다.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이에 관련된 여러 생각이 들어서 글을 적어봅니다.

9월 개강 이후, 학내 곳곳에서 200여명의 학우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통계를 내기 위한 설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학우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대학생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려움은 무엇인지 이야기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등록금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마어마했고, 그 밖에도 여러 자치활동을 하는 학우들의 공간 문제나 자치활동 지원에 관련된 문제, 인기강의 이외에 선택하고 싶은 수업이 많지 않은 교양강의 문제, 학생들의 의견수렴 없이 학생도 교수님도 어러워하는 영어강의 문제, 강의교재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생활비 문제 등등 많은 문제를 제기해주셨습니다. 위와 관련된 문제들과 총학생회가 기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일들을 모아서 ‘2학기 학생요구안’으로 만들었습니다. 등록금, 도서관, 생활비, 영어강의 등 위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을 요구했습니다(물론 담지 못한 문제들도 있으니 계속 제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요구안 중에는 바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한 모임을 운영하는 것도 나름의 정치(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조정하고 분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해결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학우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해결순서의 앞과 뒤는 있을 수 있지만 존재하는 문제들의 경중이 무시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학교는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또한 다양한 인간관계를 쌓고 과외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자치활동의 여건이 주어져야 하는 곳입니다.

학교는 재산권이 있고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곳은 아닙니다. 이 공간에 사는 1만 4천이 4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여기서 어떠한 삶과 경험을 하느냐가 앞으로 1만 4천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결정하게 되는 곳입니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달라짐을 느끼고, 자신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를 해결하고, 주인답게 사는 학교가 되길 바랍니다. 외부 신문사가 매기는 순위가 높은 국제화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어울리고 그들의 삶에 기여하는 진정한 국제화가 이루어지고, 또한 모든 문제들에서 진정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건국대학교이길 바랍니다.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듯이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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