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와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여 우리대학에서도 다양한 문화행사와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9일에는 동아리들의 잔치인 한맘축전이 열렸고, 오는 26-30일에는 대표적인 가을축제인 성신의예술제가 예정되어 있으며 7개 단과대의 연합축제도 11월 6일에 처음으로 선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취업난과 경제위기로 움츠려든 학생들이 모처럼 젊음을 발산하며 문화예술의 향기에 취하는 동시에 대학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60년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고유한 문화 창출에는 실패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문화는 옛 것을 공부하여 새 것을 만들어낸다는 이념, 법고창신(法故創新)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뿌리로 삼되 새로운 문물을 끊임없이 받아들여 변증법적인 역동성에 의해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워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처럼 진정한 문화만이 한국적인 특수성과 함께 세계적인 보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이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신라, 고려, 조선 시대의 여러 문화재들이 지정되었지만 과연 몇 백년 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대한민국의 문화재가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와 모든 매체가 이구동성으로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 문화강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법석을 떤 지 오래지만 그 전망은 밝지 않다고 본다.

G20을 주도할 정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에 걸맞은 문화를 창출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학문화의 퇴색 역시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문화를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대중문화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대학문화가 존재해야 하는데, 오늘날 대학생들은 티브이 드라마와 오락프로에 넋을 놓고 있다. 우리대학 동문인 주현 씨가 개탄하는 것처럼(이번호 8면 참조), 상업성에 찌든 채 시청률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티브이방송이 주도하는 대중문화의 노예로 전락한 대학생들이 대오각성하여 대학문화의 소생에 나서야만 한국적인 특수성과 세계적인 보편성을 겸비한 진정한 문화 창출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대학문화의 소생을 위한 길은 딱 하나뿐이다. 대학생들이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대중문화의 덫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는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불온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40년 전의 ‘우드스톡’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기성세대들은 격렬하게 매도했지만, 우드스톡은 오늘날 청년문화의 기념비로 남아 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장안벌의 가을이 새로운 대학문화를 모색하는 대학생들의 열정으로 충만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