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초대형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개장했다. 그리고 화려한 건물 맞은편에는 영등포 재래시장이 50년째 자리 잡고 있다. 발 디딜 틈 없던 시장 골목은 이제 나이든 어르신들만 다니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는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입점에 따른 재래시장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등포 재래시장에서 20년간 순댓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춘자(67) 씨는 “10곳 중 서너 군데는 가게 문을 닫을 정도로 벌이가 안 된다”고 한탄했다.

▲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상인의 얼굴이 어둡다. 침체된 영등포 재래시장 사정만큼 상인들의 모습에도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 안상호 기자

 

▲ 영등포 재래시장의 저녁. 대형마트에 한창 사람들이 붐비는 늦은 10시지만, 시장에는 좀처럼 손님을 찾아 볼 수가 없다 ⓒ 안상호 기자

 

현재 재래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의 변화된 생활방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대학 이승신(상경대ㆍ소비자정보) 교수는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 비해 가족단위의 쇼핑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초시설과 개방시간의 제한, 신용카드사용 등의 부분에서 불편함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영등포 재래시장을 걷다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문 닫은 점포들. 한 상인이 "자릿세 내기도 어려운 형편인 집이 많다"고 말할 정도 ⓒ 안상호 기자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와 상인들은 재래시장을 어두운 터널에서 구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경기도는 작년부터 1대학 1시장 자매결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대학 1시장 자매결연 정책은 대학과 시장의 교류를 통해 젊은 세대를 위한 사업을 개발하고 대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시장에 활용하기 위해 실시됐다. 경기도청 경제정책과 황선구 계장은 “지금까지 총 8개의 대학과 시장이 연결됐으며 장기적 계획에 따라 특색 있는 시장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작년 11월 안양 중앙시장과 1대학 1시장 자매결연을 맺은 안양대학교 김동환(무역유통학과) 교수는 “대학생 서포터즈를 구성하여 중앙시장 행사 및 홍보 등에 대한 지원활동을 펼쳤다”며 “앞으로 대학생들이 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하여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영등포 재래시장은 상인들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상인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손님 유치를 위한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안양 중앙시장은 특색 있는 시장골목 개발을 위해 ‘포목로’ 특화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한복이나 비단을 파는 거리인 ‘포목로’를 20대를 위한 청혼의 공간 및 다문화가정의 결혼장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재래시장은 우리민족의 어렵고 힘든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이승신 교수는 재래시장의 가치에 대해 “소상인의 일자리를 생산하고 보호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며 “소비자는 다양한 형태의 소비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전통과 정이 있는 시장문화 계승을 위해 정부, 지자체 및 재래시장의 많은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의 관심과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우리학우들도 재래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재래시장을 이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 영등포 일대 시장 상인들을 힘들게 하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의 웅장한 모습 ⓒ 안상호 기자
▲ 안양 중앙시장은 비슷한 업종끼리 모여있어 손님들이 찾기에 편리하게 돼있다. 또한 원형의 간판들이 멀리서도 찾기 좋게 설치돼있다 ⓒ 안상호 기자

▲ 평일 저녁에도 붐비는 안양 중앙시장의 모습. 아직 1대학 1시장 자매결연의 구체적인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여러 가지 행사와 이미지 개선으로 대형마트로 향하던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안상호 기자

▲ 안양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는 젊은이들. 이번 추석에는 재래시장에서 쇼핑을 하며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 안상호 기자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