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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다
박기훈 기자 | 승인 2009.11.10 15:07

헌법재판소(아래 헌재)의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과 관련된 결정에 대해 비판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헌재는 미디어법 무효신청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판결내용 때문이다.

판결을 요약하면, 헌재는 법안처리 과정에서는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권한 침해)며 불법성을 인정했으나 통과된 법안은 합법이라고 인정했다. “과정은 불법, 결과는 유효”라는 것이다. 지난 여름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대리투표의 문제, 질의와 토론 등의 심의과정이 충분치 않은 점은 헌재도 인정했으나 그에 따른 판결은 전혀 엉뚱하게 나온 것이다.

분명한 과정 상 오류가 있었지만 결과는 인정한다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패러디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프사이드는 맞지만 들어간 골은 인정한다’, ‘금지약물의 복용 사실은 인정하지만 메달은 유효하다’ 등으로 헌재의 결정을 비꼬는 촌철살인의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법부의 최상위 기관으로서 적법한 절차를 가장 중시하는 헌재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헌재 측에서는 미디어법의 유ㆍ무효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판단해달라는 청구 자체를 기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안이 무효화될 정도로 권리 침해 사안이 크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표결무효 선언을 기각한 헌법재판관 다수는 신문법과 방송법에 대해서 ‘헌재에서 판단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한쟁의 심판은 위헌 여부뿐만이 아니라 법률위반 여부도 따지는 심판이다. 따라서 절차적 적법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충분히 헌재에서 법률의 무효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정황증거가 충분한 상태임에도 판결을 회피한 듯한 인상은 헌재의 판결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의혹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미디어법 관련 논의는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절차적 정의’라는 수순을 밟지 않고 일방통행 노선을 걷고 있다. 헌재는 국회에서 재논의 하라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여권은 “미디어법 재논의는 없다”고 못 박아 놓은 상태다. 그러나 헌재의 유ㆍ무효 인정 여부를 떠나서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이런 정황을 봤을 때 현 시점에서는 국민들이 쉬이 납득하지 못하는 미디어법에 대해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박기훈 기자  gh30224@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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