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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깊었던 중경영화 촬영기②
송상현(예문대ㆍ영화3 | 승인 2009.11.24 12:51

우리 팀의 연결고리를 담당할 유학생의 통역에 의지해 우리 팀 내부의 대면식이 이루어졌다. 교수님과 함께 그들 앞에서 우리가 찍을 시나리오에 대해서 설명하고 원하는 바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었고, 그들이 이미 내가 보내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장소를 섭외하고 의상을 구하는 등의 많은 작업을 끝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나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를 해준 그들에 대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이제 배우를 선정하는 일이 남았다. 내가 원하는 배우의 이미지를 미리 말해두었고 그에 맞춰서 남, 여배우가 나를 찾아왔다. 다행히 단번에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적합한 배우가 나와 주었고, 그들과 간단한 인사 후 무술연습을 하러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었고 숙소에 돌아왔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더운 날씨에 언어문제, 짧은 촬영시간 등 고민거리가 산더미같이 쌓여서 한 가지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자는 둥 마는 둥 두 번째 날이 갔다.

 셋째 날, 이른 시간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촬영장으로 나섰다. 촬영장은 숙소로부터 15분 거리에 위치한 양쯔강변이다. 햇볕이 걸러지지 않은 채 쏟아지고 강가에 위치해 습기마저 극도로 높은 그야말로 촬영하기엔 최악의 장소였다. 게다가 경사가 진 곳이라 위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상쇄할 만큼 영화적으로 풍광이 훌륭한 장소여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촬영은 그렇게 시작됐다.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더위가 문제였다. 가만히 있어도 견디기 힘든 날씨에 갑옷까지 입고 움직임이 큰 연기를 해는 배우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로 인해 탈진상태까지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오랜 기간 휴식을 주는 것은 촬영 스케줄상 허락되지 않았고, 그렇게 분위기가 늘어져 버리면 전체적으로 촬영장 분위기나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결국은 해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배우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고 불편한 소품용 신발 때문에 물집까지 생기는 것을 보았지만 우선은 모른 척 해야 했다. 그 지점에서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 배우들이 지쳐서 행여나 낭떠러지로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했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촬영은 마무리되었다. 신발까지 흠뻑 젖은 더위 속에 우리 팀은 더욱 끈끈해진 것 같았다.

 실내촬영은 학교 내의 일명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이제 더위를 비롯한 실외촬영에서 오는 다양한 변수로부터는 다소 해방될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실외에서는 신경 쓰지 못한 보조출연자들의 동선이나 주요 배우들의 호흡 등을 고려하며 차곡차곡 신을 정리해 갔다. 어제 고단한 촬영으로 체력적으로 지친 스텝들도 있었지만, 내가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또 진지한 태도로 다가와 주는 그들이 고마웠고 어느새 별 다른 통역 없이 그저 표정만으로도 그들과 함께 촬영을 진행해 갔다. 촬영은 밤 10시가 다 돼서야 마무리되었다.

고작 이틀간의 촬영이었지만 우리는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탈진을 오고가는 고생도 해 보았고 오랜 호흡을 맞춘 사람들처럼 이미 가까워졌기에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르고 우르르 모여서 기념사진까지 찍어가며 촬영종료를 자축했다.

 다음 날 부터는 편집을 시작해야 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영화의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중경대학교의 학생들에게 공식적인 상영을 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 없이 바로 편집에 들어갔다. 나와 촬영감독인 상빈이 외에 다른 팀원들은 편집기간에는 전혀 할 일이 없었기에 관광이나 쇼핑을 다니기도 했지만, 오히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숙소 안이 더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런 내가 불쌍했는지 우리 팀의 중국인 친구들이 숙소로 찾아와 영화가 훌륭할 것이라며 격려해 주었다.

드디어 상영 당일이 되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이틀이라는 편집시간은 너무나 짧은 것이어서, 촬영감독 상빈이와 교대로 잠을 자며 밤을 새워 편집을 했음에도 완벽을 기할 수는 없었다. 상영이 9시부터 시작인데 대다수의 중국인들을 위해서 자막을 달아주어야 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다. 예정시간보다 30분 늦었지만 소수의 인원들 앞에서 상영하는 것이니까 양해를 구하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송상현(예문대ㆍ영화3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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