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학, 지역 나아가 학우까지 노력 모아야

스탠포드 대학은 2007년에 8억 3천 2백만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금했다. 이는 총 운영수입인 31억 5천 5백만달러의 26.4%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도 총수입 대비 기부금 수입 비중이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대학들은 총수입 대비 기부금 수입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 대학들은 이러한 거대한 규모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펼치고 투자수익은 다시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대학운영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는 선순환 재정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선순환 재정구조는 곧 대학발전으로 이어져 많은 미국 대학들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대학 기부문화 형성 위해 세제혜택 확대해야

미국 대학들과 같이 많은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 기부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아직 우리나라는 기부 자체가 보편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기부문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재정정보팀 안병률 주임은 “대학기부금의 세액공제가 시행된다면 기부문화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학본부에 입금된 발전기금만 기부금으로 인정해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지금의 제도를 보다 확대하여 단과대학이나 연구소에 기부한 발전기금까지 광범위하게 세제해택을 인정할 필요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기부할 경우 조정총소득(총소득에서 법적으로 인정된 공제부분을 제외한 금액)의 50%, 기부자가 1년 이상 보유한 유가증권으로 기부할 경우 조정총소득의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기부할 경우에는 소득공제뿐만 아니라 양도세 비과세 혜택까지 존재한다.

   
▲ 우리대학의 소액기부 장려사이트 'KU나누미'

모집기부금 투명성 제고하여 신뢰확보 필요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대학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자와 대학 간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에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 제대로 사용될 것이라는 확신을 기부자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대학의 예결산은 공개되고 있지만 기부금 사용내역은 공개돼 있지 않다”며 “기부금 사용내역을 공개하여 장기적으로 신뢰를 얻어 나가야 대학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부방법 다양화, 지역과의 연계 등 대학 자체 노력 중요해

제도적인 개선이 진정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학 자체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학기부의 활성화를 이끌어나갈 주체는 직접 모금을 진행하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먼저 대학기부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기부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쉽게 기부하지 못하는 잠재적 기부자들을 위해 다양한 기부 방법을 마련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현금기부나 약정기부뿐만 아니라 △수혜자를 대학으로 지정하는 사망보험을 통해 사후보험금을 대학에 기부하는 보험기부 △자산을 대학에 기부한 후 거기서 발생된 기부금 중 일부는 대학에 기부되고, 일부는 기부자가 되돌려 받는 수익형 기부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문들에 편중되어 있는 기부에서 벗어나 지역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일부 유명 대학에만 기부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외의 대학들이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라며 “대학 주변 지역민들과의 지속적인 연계활동을 통해 대학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공동체라는 신뢰를 심어준다면, 주변지역 전체가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학우들의 올바른 인식확립도 대학기부 활성화의 중요한 디딤돌

우리나라에서 기부문화가 형성되기 어려운 큰 이유 중 하나는 기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이다. 사회적으로 기부에 대해 그 뜻을 존중해주거나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재력가의 과시 행위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편이다.

이는 대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기부금의 수혜 당사자인 학우들도 ‘기부는 재력가만 하는 것’, ‘기부하는 것은 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위기는 기부자의 기부욕구를 떨어트릴 뿐 아니라 학우들이 졸업 후 기부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을 때 기부를 막아 기부 대물림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대학 대외협력팀 송임석 팀장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기부자에게 직접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하도록 했더니 기부자가 매우 기뻐하며 더 많은 기부를 약속한 적이 있다”며 “기부자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하는 예우를 해주고, 혜택을 받는 수혜자인 학생들이 감사할 줄 아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대학기부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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