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건대신문 문화상 당선작 - 시/시조부문


                                               빨래 

                                                                                               이도현(문과대ㆍ국문3)

막혀 버렸어야 할 길들과
멈췄어야 할 시간,
지워지지 않는 날들을 위해 빨래를 한다.
물이 차오르는 동안
우리는 한데 뒤엉킨다
구겨진 내가 몸을 웅크린 그대를 감싸 안는다
소용돌이치는 세계에서 난파된 시간들이 떠돈다
모든 것이 어지럽다.
저마다 다른 시계를 꺼내든 옷들이 서로의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새벽 입김에 대해, 비 내리는 저녁에 대해
클라이막스에 다다를수록 극에 달하는 소음 속에서
표백되기 전 남겨질 말들에 대해
지워지는 말들에 대해
남겨지지 못할 시간들에 대해
이내 침묵만이 남을 날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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