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기본에 충실해야 가능성을 살릴 수 있다

김홍신 (소설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3점 5부설을 주장했다. 서사구조방식을 동기, 절정, 대단원(3점)에 갈등, 전환을 보태 5부로 정리한 것이다. 등장인물의 설정이 우연보다는 필연적이어야 하고 줄거리의 꼭짓점과 마무리가 정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사구조에서는 미와 추, 선과 악처럼 정반대의 갈등구조가 스며있고 반전이나 복선구조 같은 변환이 있어야 단단한 작품성을 지닌다고 했다. 갈등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면 희극이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파국에 이르면 비극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인생이 어찌 희극과 비극으로 양분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삶은 수없이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갈등의 골을 깊게 파고드는 것 같다. 그래서 현대소설의 구조도 실험정신이 더욱 강해지는지도 모른다.
2009년도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응모작 14편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실험정신 못지않게 문장력, 구성력, 창의성, 문학성도 중시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젊음의 특징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그러나 가능성의 전제조건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마지막까지 3편의 작품을 놓고 고심했다.
<터미널>은 노년의 병상의 고통을 인간 내부의 갈등과 연결시켜 실타래를 잘 풀어나갔다. 담대한 필치와 숙련된 문장력도 높이 살만했으며 상상력이 뛰어나 가능성이 보였다.

<외계인 일용직 노동자>는 탁월한 상상력으로 세상이 일시에 멈춘 상태에서 짧지만 강한 느낌을 표출한 수작이었다. 좀 더 다듬고 마무리의 반전과 응축, 갈등의 섬세함이 가미된다면 좋은 평가 받을 것이다.

<참 쓸쓸한 당신의 독>은 유려한 문체와 사건전개의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다. 어머니와 언니와 화자를 미묘한 삼각관계에 가두어 두고 갈등이 증폭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음에도 문장력과 독자의 시선을 끄는 호기심 유발이 뛰어난 편이다. 구성력과 사건의 필연성을 보강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응모작 모두 드넓은 문학의 바다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기개가 있어 읽는 즐거움을 주었고 당당한 도전으로 내 가슴을 새롭게 눈뜨게 해 준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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