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십진법에 의한 주기를 맞는 역사적 사건이 유난히도 많은 해다.

우선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1910년 8월 22일 내무대신 이완용과 3대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사이에한일합방조약이 체결되고, 29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이를 공포한 해이다. 이후 한반도의 역사는 대한제국에 의한 자주독립국가의 길이 아닌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식민통치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얼마 전 ‘친일인명사전’ 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대립이 말해 주듯이, 이 사건은 한반도의 근대사는 물론이고 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역사인식의 출발점이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민족상잔의 최대 비극인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의 국가체제는 서로에 대한 군사적?이데올로기적 긴장관계를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올해는 남북분단이래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며 남북화해를 이뤄낸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단되었던 예멘과 독일이 통일을 이룬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중 무엇으로 2010년을 기념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은 자신이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한반도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동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에 어떤 전망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것이다.

한편 올해는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운동의 분수령을 이루는 양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도 각각 50주년과 30주년을 맞이한다.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공통점은 독재자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점과 함께, 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부르는 명칭의 차이점이 있다는 점이다. 4.19혁명은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에 초기에는 4월혁명, 4·19혁명, 4·19학생혁명, 또는 4·19민주혁명 등으로 불리었으나 5·16군사정변 이후 이를 의거(義擧)로 규정하여 일반화되었다가 1992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혁명으로 환원되었다.

현재의 5.18광주민주화운동이란 명칭도 1980년 발생 당시에는 북한간첩에 의한 내란을 의미하는 광주사태였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18 주범들의 반란 및 내란죄가 확정된 1997년 이후 공식화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민중사관의 관점, 즉 민중을 억압하는 부패한 권력과 시대적 모순에 맞선 민중의 자발적 항쟁임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4.19민중혁명, 5.18광주민중항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둘러싼 명칭의 변화에는 한국 현대사가 걸어 온 생생한 발자취가 남겨져 있으므로, 어떤 명칭을 사용할 것인가는 어떻게 2010년 한국 사회 및 국가를 바라보는지와 관련된 역사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역사인식은 공교롭게도 올해 40년을 맞이하는 대조적인 두 사건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만든다. 그 사건 중 하나는 ‘잘 살아보세’라는 기치아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1970.4.22)의 시작과 그 상징물인 경부고속도로 개통(1970.7.7)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기준법 준수라는 ‘함께’ 잘 살기 위한 외침을 온몸으로 호소한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자살사건(1970.11.13)이다. 이 두 사건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어떤 가치로 재단하고 평가할 것인지와 관련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경제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2010년 현재의 상황을 어떤 역사인식과 가치관으로 극복하고자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상 2010년에 10년 주기로 기념될 만한 역사적 사건들을 언급했는데, 여러분들은 이중에서 무엇으로 2010년 올 한해를 기념할 예정인가요? 만약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음력으로 한해가 가기 전에 한번 고민해 보길 권합니다. 저도 한창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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