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눈이 정말 많이 왔다. 30cm에 달하는 적설량은 근 백년만이라면서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했다. 연초부터 내린 눈은 많은 이슈를 만들었다. 교통이 마비되고 직장인들은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등 재난을 불러왔다. 그러나 눈은 재난뿐만 아니라 인터넷 스타도 탄생시켰다. 그 주인공은 바로 KBS 박대기 기자다.

지난 4일 기습적으로 내린 눈 때문에 박대기 기자는 새벽부터 현장방송을 위한 취재를 나가있었다. KBS 뉴스특보는 수차례 박대기 기자를 호출해서 시내상황을 파악하곤 했는데, 6시…7시…8시.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방송 멘트를 하는 박대기 기자의 어깨와 머리에는 쌓인 눈의 크기가 커져갔다. 결국 8시 경에 호출됐을 때의 박대기 기자는 너무나도 심한 추위에 입이 얼어 간신히 “지금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라는 멘트를 짤막하게 했다.

이런 모습을 스크린 샷과 동영상으로 본 네티즌들은 박대기 기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기도 했지만 연민과 동정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기자이름 자막에 나오는 메일주소도 waiting@kbs.co.kr로 박대기 기자의 이름과 ‘눈 속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절묘하게 매치되어 언론과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사례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박대기 기자의 우스꽝스러움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박대기 기자를 보며 웃음과 동시에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비록 미숙하지만 같은 언론활동을 하는 언론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자정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유명세를 탄 박대기 기자는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기자론 교육에서 기자는 엉덩이가 무거우면 안 된다는 격언이 있다. 탁상공론보다는 현장취재, 그리고 독자와 사회를 위해서 열심히 돌아다니라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 문득 그동안 필자는 <건대신문>을 만들어 오면서 지나치게 인터넷 매체에 의존한 채 엉덩이가 무겁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가오는 2010년 경인년에는 새로운 <건대신문> 편집국장으로서 그 동안 혹시라도 망각했을 기자정신을 다시 되새겨 볼 것이다. 중간 중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학언론인으로서 학내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학과 사회를 이어주는 역할과 의무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린다. 

폭설 사태를 겪고 나서 박대기 기자의 별명은 ‘스탠바이 박’이 됐다. 필자도 박씨다. 이름은 대기가 아니지만 우리대학 구성원을 위한 ‘스탠바이 박’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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