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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의 보이지 않는 손청결은 나에게 맡겨라! - 관리실 임시 직원 체험기
이동찬 기자 | 승인 2010.03.15 21:42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담배꽁초 그리고 실수로 쏟은 커피. 우리가 남긴 흔적들이 어느새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은 없는가? 이는 모두 알게 모르게 학생회관(아래 학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관리하시는 관리실 직원 분들 덕택이다. 이 분들의 노고를 체험해보기 위해 <건국인바이러스>팀이 직접 나섰다.

3월 2일 시작이반

비몽사몽 눈을 뜬 시간은 6시였다. 1교시 수업이 없음에도 나의 발걸음은 학교로 향했다. 그렇다. 오늘부터 나는 제1학관 관리실 직원이 됐다. 앞으로 내게 맡겨질 수많은 일들을 상상조차 못하면서 1층 학관의 문을 열었다. 이형석 조장님과 황태운 선생님, 이동호 선생님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이른 7시부터 늦은 5시 반까지 학관을 관리하시는 직원 분들은 바로 이 세 분이며 야간은 SECOM에서 관리한다.

커피 한 잔의 휴식 후 바로 대회의실과 2층 화장실을 청소해야 했다. 대회의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맞은 건 학우들이 현수막을 만들다가 남은 페인트 통, 그리고 책상과 바닥에 여기저기 묻은 페인트 얼룩들이었다. 자기가 사용한 공간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학우들의 흔적에서 무책임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일은 이제 시작이다. 한 학기에 한 번 청소하는 노천극장을 바로 오늘 청소해야 된다. 입학할 땐 작고 좁아보였던 노천극장이 청소할 때는 왜 그렇게 커 보이던지. 네 명이서 모든 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빨래장갑과 고무장화, 청소솔로 완전무장을 하고 계단과 의자 구석구석을 씻어내는데 끝이 없었다. 모두가 점심시간 이후를 포함에 3시간 가까이 노천극장에 달라붙어서 때를 벗겨냈다. 일을 마치고 조장님에게 “피곤하지 않으시냐”고 묻자 18년차 베테랑 조장님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셨다.

학관 주변 마무리 청소를 하자, 드디어 길고 길었던 하루 일과가 끝이 났다. 5시 반, 피로에 절어 퇴근하고 신문사에 가는 길에 “시켜만 주시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라고 한 말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3월 3일 원스텝, 투스텝

어떻게 일어났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잠을 푹 잤다. 겨우 시간을 맞춰 학관에 도착할 즈음에는 앞으로 누적될 피로에 대한 부담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오늘 하루 일과도 노천극장 청소였다. 조장님으로부터 동아리방이 위치한 제2학관 1층과 관객석 아래쪽 바닥부분을 청소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나는 제2학관의 동아리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맡아 싹싹 때를 밀어냈다. 어제 쌓아둔 피로에 오늘 피로까지 더해 차곡차곡 적립되는 기분이다. 모든 때를 벗겨내자 어느새 늦은 3시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학관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참’을 먹으러 갔다. 학관 식당에서는 관리실 직원 분들에게 식당 쓰레기를 치워주는 대신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꼭 점심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고된 일을 하고 나서 먹는 ‘참’이 그토록 든든할 수가 없었다.

3월 4일 쓰리고

오늘 작업은 계단 칸마다 쇠로된 부분에 광택을 내는 것이다. 묵은 때를 제거하기 위해 광택기를 이용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이었다. 광택기의 높이를 계단에 맞춘 뒤 오른쪽, 왼쪽 왔다 갔다 하자 때가 쉽게 제거됐다. 그러나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학관 6층부터 지하 1층까지 한 계단도 빠짐없이 차례로 광택기를 돌려야 하는 작업에는 고도의 인내심이 요구됐다. 특히 제거하려던 때가 이리 저리 튈 때면 상당히 껄끄러웠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어느새 늦은 5시 30분. 제거한 때들이 튀어 옷과 얼굴에 다닥다닥 묻어있다. 3일이나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적응된 걸까. 힘들었지만 그렇게 피곤하진 않았다.

마무리로 학관을 돌며 청소를 했는데 담배꽁초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분명히 아침에 청소를 했음에도 어느새 한 무더기 쌓여있는 담배꽁초를 보며 학우들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3월 5일 쇼~ 끝은 없는거야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황 선생님은 어제 숙직을 하셔서 오늘은 나오지 않으셨고, 동호형은 다른 곳의 일을 맡아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다. 4명이 분담했던 일을 조장님과 나 둘이서 책임지게 된 것이다. 2층 화장실 청소뿐만 아니라 학관 입구, 학관 1층까지 모두 맡아야 되는 등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중강당 청소도 단 둘이서 해야 했다. 곳곳에 남아있는 예비대학의 흔적과 함께 버려진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먹다 남은 빵부터 뚜껑조차 열지 않은 캔 음료까지 가지각색이다. 자기 쓰레기를 스스로 치웠더라면 쓰레기가 한 봉투 가득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새 4일간의 체험도 훌쩍 지나가버렸다. 내가 청소한 노천극장도, 계단도 언젠가는 더러워지겠지만 이 기억만큼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내가 흘린 커피자국도 먼지도 내일 오면 사라져 있다. 보이진 않지만 알 수 있다. 학관의 보이지 않는 손, 학관 직원 분들의 수고가 있었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는 그 분들의 수고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내가 이용한 공간이 항상 깨끗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누군가가 남긴 얼룩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치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몫은 모두 관리실 직원 분들에게 돌아간다. 관리실 직원 분들이 하는 일이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흔적이 남은 자리는 스스로 청소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적어도 내가 어지럽힌 흔적들을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하기 위해 관리실 직원 분들이 수고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동찬 기자  fort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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