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우리대학 제43대 총학생회 선거에 새판짜기 선거운동본부(아래 선본)가 출사표를 던졌다. 학우들을 위해 우리대학에 새로운 판을 만들겠다는 <새판짜기> 선본. 건대신문 공약분석 팀에서는 이들이 준비한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을 알아보고 별점으로 평가해봤다.

<등록금>
등록금 심의위원회 설치
지난 1월 14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와 등록금 상한제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각 대학마다 학생과 교직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두게 됐다. <새판짜기> 선본에서는 이 등록금 심의위원회 설치를 통해 등록금 원가를 공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시행에 관한 정부의 확정 공문도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다"며 “향후 추가적인 입법과정을 지켜보면서 운영방안 등을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법에 명시되어 있는 부분이라 공약 실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운영과정에서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만약 운영과정에서 총학생회 및 학생 대표자들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매년 열려온 ‘등록금 협의회’와 큰 차이가 없는 형식적인 기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국 등록금 네트워크 안진걸 상황실장은 “최대한 학생대표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세부적인 자료를 모두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학생들이 심의위원회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학생대표자들의 참여 정도와 정보 공개 권한 등이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운영방향 및 역할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카드납부
등록금과 관련해서 <새판짜기> 선본에서는 또 하나의 공약을 준비했다. 바로 등록금 카드납부다. 선본 측에서는 다른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우리대학의 등록금 카드납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에서는 등록금 카드납부 시 대학에서 부담해야하는 수수료 문제 때문에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략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가 2%라고 해도 수십억이 지불되는데 자칫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부분이 줄어들어 학교의 각종 재정적 지원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등록금 인상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에 대학본부에서도 섣불리 시행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선본 측에서 제시하는 연세대와 전북대 사례는 모두 학교의 주도로 등록금 카드납부가 시행됐고, 수수료 부담 문제 해결은 대학본부와 거래 은행 간의 조율을 통해 이뤄졌다. 이중 연세대는 등록금 카드납부 시 상환금액의 높은 이자율에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한 것 외에는 학생들의 큰 역할이 없었다. 대학본부가 우려하는 수수료 문제에 대해 총학생회에서 실질적인 보완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등록금 카드납부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약 20자평
등록금 심의위원회 설치
등록금을 향한 그대들의 끈질긴 집념에 박수를! ★★★★
등록금 잔혹사를 끝장낼 결정타 될 수 있으려나 ★★★
등록금 카드납부
취지는 그럭저럭, 협상전략은 글쎄... ★☆
신용카드 수수료 니가 뭔데~

<수업>
커리큘럼 심의위원회 구성

<새판짜기> 선거운동본부(아래 선본)는 교수, 학생, 전문가가 모여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기존의 수업을 평가하고 새로운 수업을 개설하는 커리큘럼 심의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 공약에서 중요하게 살펴봐야할 부분은, 커리큘럼 심의위원회가 수업 편성에 관해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학사관리팀 이우광 팀장은 “우리대학에서 수업 개설 및 교과과정 변동에 관한 권한은 전공의 경우 해당학과, 교양은 교양학부에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각 학과 및 교양학부와의 사전협의가 중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한 학기당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수와 학점 수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이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한편, 심의위원회 구성에 학생과 교수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 이우광 팀장은 “심의위원회에 초빙되는 전문가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일선 종사자라면, 학생들의 사회진출 및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강의가 개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강의 의무화 축소
울며 겨자 먹기로 수강해야 하는 영어강의에 대한 학우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판짜기> 선본은 영어강의 의무화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 송명숙 후보는 “영어강의를 의무화하는 것은 우리대학의 국제화 지수를 올리기 위함”이라며 “국제화 지수를 유지할 수 있는 국제화 포럼 및 토론회 개최 등을 대학본부에 제안해 영어강의 의무화 축소를 이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대학에서 영어강의 의무화의 확대ㆍ축소 결정은 교수, 학생, 직원 3주체가 모여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정관 및 학칙 재ㆍ개정, 학교예결산, 학교발전계획, 학교수익사업, 학생정원 및 학과개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대학 평의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총학생회가 이 회의에서 학내 다른 주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공약 실현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학사관리팀 이우광 팀장은 “학생들이 영어강의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다면 충분히 논의할 여지는 있다”며 “총학생회에서 학생들 전체의 의견을 모아야 논의를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대학본부 측은 선본이 제시한 국제화 포럼 등이 국제화 지수 제고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공약 20자평
커리큘럼 심의위원회 구성
괜찮은 공약이란 바로 이런 것! ★★★★☆
교수님들과 이야기 잘 해보세요 ★★★★
영어강의 의무화 축소
영어에 시달린 학우들에게 한줄기 빛이... 될까? ★★★
대안만 확실하면 완전 몸짱 공약인데 ★★★☆


<복지>
물가위원회 설치
학우들의 지갑사정을 위해 학내물가를 관리하자는 목적으로 <새판짜기> 선거운동본부는 물가위원회(아래 물가위)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본은 물가위에 대해 학우들이 많이 소비하는 기준 물품을 정해놓고 대학본부ㆍ판매업체ㆍ학우가 모여 가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부> 이태우 후보는 “우리대학은 현재 가까운 세종대와 비교해보아도 물가가 비싼 편이다”라며 “물가위가 꾸려지면 학우들의 수요를 조사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품목부터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약에 대해 학내 편의시설(직영 및 임대)의 운영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총무팀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총무팀 박길문 팀장은 “총학생회에서 물가위를 조직해 운영한다면 함께할 의향이 있다”며 “물가위가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학내물가가 비싸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한다면 입점업체와 물가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학내 편의점 업체는 임대료로 1년에 1억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 임대료의 50% 이상은 학생복지처로 전달돼 학우들의 장학금으로 쓰이고 있다. 총무팀 김명원 선생은 “얼마 전 조사 결과 우리대학 주변과 비교했을 때 학내물가가 15% 더 싸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현재 가격을 더 인하하면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업체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학내 ATM기 수수료 무료화
<새판짜기> 선본은 작년 <위기탈출> 총학생회(아래 총학)의 공약이었던 학내 ATM기 수수료 무료화 공약을 다시 들고 나왔다. <부> 이태우 후보는 “작년 총학의 설명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대학본부가 수수료 비용 부담을 서로 떠넘기며 합의를 보지 못해 공약 이행에 실패했다”며 “올해도 만약 작년같이 비용 부담을 서로에게 넘긴다면 홍익대와 같이 다른 은행의 ATM기를 학내에 들여와 신한은행의 영업이익에 손실을 주는 방법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신한은행은 학내 행사 지원, 기부금, 저금리대출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약을 실행하는 데 있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난항이 예상된다. 또 재무팀 측은 “다른 은행의 ATM기를 들여오려면 학교와 상의해야 한다”고 밝혀 이 또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무료화에 대해 신한은행 최영신 부지점장은 “이미 대학생들을 위한 당행계좌 마감 후 당행이체 및 인출 수수료를 공제해주는 ‘Tops캠퍼스플랜’상품이 있어 일부 단과대의 예비대학에서 이 상품을 홍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상품도 타 은행과의 거래에서 드는 수수료는 부담을 해야 한다. 최영신 부지점장은 “타 은행 거래 수수료는 그 은행과 신한은행이 함께 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화해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려대에 입점한 하나은행은 타 은행과의 거래에도 수수료를 공제해주고 있다. 따라서 선본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하나은행이 수수료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당행이체 : 같은 은행으로 이체하는 것
-공약 20자평
물가위원회 설치
이보다 더 좋은 공약은 없다 ★★★★
경기침체와 잘 맞물린 바른 감성 ★★★★☆
학내 ATM기기 수수료 무료화
애썼지만 이젠 좀 지겹다 ★★
타은행 ATM기 설치 난감한 승부수, 긁적 긁적 ★☆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