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전공학부는 지난 해 그 의미 깊은 첫 해를 보냈다. 남들이 이런 저런 추측으로 우리학부의 정체성에 의문의 눈길을 보낼 때, 우리 교수와 학생 모두는 묵묵히 그 기반 학제를 탄탄히 다져가면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해왔다. 우선 우리 학부는 신입생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학사지도사와의 밀착된 상담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첫 학기부터 충실한 과정을 계획하고 이뤄나가도록 지도해왔다. 또한, 영어토론 1 & 2, 영어작문 1 & 2, 리더쉽과 커뮤니케이션 1 & 2 같은 자율전공만의 지정필수교양을 1학년 동안 두 학기에 걸쳐 심도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름방학에도 자율전공학부 대부분의 학생들은 IEP(Intensive English Program)에 몰입하였다. 이 과정을 이수한 직후 학생들은 토플시험을 치러 자신들의 향상된 점수를 확인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부단한 노력은 성신의 예술제 기간에 학생들 중심의 학구적인 발표회를 준비하면서 구체화되어 외부에 공개되었다. 자율전공학부의 제1회 학술제는 영어토론, 독서토론 그리고 스펠링비 대회로 구성되었다. 우선 내가 맡아 지도한 영어토론대회(English Debate Championship)는 희망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하여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서 British Parliamentary Debate Style로 세 명이 한 팀으로 토너먼트를 하였다. 모두 8팀이 준준결승부터 시작하여 박빙의 승부를 가르는 토론은 Compulsory Voting, Public Control of Broadcasting, Capitalism vs Socialism 등의 주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팀이 진지하게 대결하였다. 이런 치열한 대결에서 마지막 결승행을 따낸 두 팀이 자율전공학부의 학술제가 시작된 저녁 5시에 공식으로 무대에 올라섰다.

학술제를 위해 우리 참가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내 연구실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많을 때는 열 명 이상이 내 연구실과 복도에 주저앉아서 준비한 원고를 읽고 또 읽어가며 수정하였고, 상대팀이 찌를지도 모를 논리의 허점을 내게 물어보면서 스스로 점검, 또 점검했다. 우리는 주말에도 내 연구실에 모여 김밥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준비하였다. 09학번과 함께 한 그 김밥 한 줄의 추억은 어느 고급호텔의 코스요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감호가 단풍의 화려한 색을 담아내는 그 순간에도 우리 참가 학생들은 하나같이 감상주의에 젖어들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들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지적인 향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도하는 내가 오히려 학생들을 존경하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처음엔 가능할까 의심하며 준비했지만, 진지한 도전 정신으로 참가한 많은 학생들은 결국 스스로와 서로에 대한 경의와 존경심을 품으며 마친 학술제였다. 이런 행사를 마치고 난 후부터,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긍심은 푸른 가을 하늘의 무한한 깊이만큼 짙어져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믿고 따르며 최선을 다해 한 해를 보낸 우리 자율전공학생들의 눈빛은 이미 자신들의 꿈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담고 있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꼭 이뤄낼 수 있는 열정이 있다는 확신의 눈빛이었다. 인생의 성공은 바로 이런 조그만 성취가 차곡차곡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경험한 자율전공학부 학생과의 일 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 학생들이 택한 이 길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과 같다고. 그래서 우리는 그에 답한다. 우리 교수와 학생들 모두는 바로 그 안개 덕분에 우리 자신을 오히려 더 깊이 성찰하고 단단히 준비하여 드높은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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