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무거운 마음입니다. 아마 어떤 20대도 김예슬 씨가 쓴 대자보를 보고 마음이 편할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10일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를 보며 어떤 이는 스스로의 상황을 돌이켜보곤 남몰래 눈물을 훔쳤을 것이며, 누구는 아무 말 않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대자보를 뚫어져라 쳐다봤을 것입니다.

고려대에 재학 중 자퇴를 결심하고 ‘대학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김예슬(고려대ㆍ경영3) 씨가 대자보로 전한 말들은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습니다. “빛나는 G세대가 될 것인가, 빚내는 88만 세대가 될 것인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대자보였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가지는 무게감은 남달랐습니다.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숨 쉴 틈도 없이 경쟁가도를 달려야 하는 우리 젊은 세대들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서있다는 ‘고려대’에 재학 중인 김예슬 씨의 자퇴였기에 이번 일은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연일 언론에서는 김예슬 씨의 용감한 행동을 대서특필하고, 20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김예슬 씨가 벌인 이번 일의 순수성을 의심합니다. 언론플레이로 반대급부의 스펙을 쌓으려는 사회적 쇼맨십이 아니냐고. 과거에 촛불집회에 참석한 경력이 있는 ‘운동권’이 아니냐고. 그렇지만 이런 이유가 김예슬 씨가 촉발한 사회적 화두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20대들이 당면한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김예슬 씨는 단지 개인의 미시적 행복추구가 대세가 된 세상에서, 사회를 위해 숭고한 자기희생을 한 것입니다.

아마도 그녀가 던진 작은 돌멩이가 견고한 사회 시스템에 큰 균열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그녀의 의로운 행동은 하나의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취업ㆍ자격증ㆍ학점관리… ‘해야만 하는 것’들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내가 왜 대학에 다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선물했고, 기성세대들에게는 지금의 ‘20대가 무엇으로 괴로워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김예슬 씨의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대학생들 또한 김예슬 씨의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길 바랍니다. ‘김예슬 선언’을 통해 앞으로 대학생을 비롯한 사회구성원들이 20대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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