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제건 학과제건 학과 또는 전공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학문단위다. 고등학생들은 특정 학과를 목표로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입학하면 학과의 전공수업이 제일 중요하고 과학생회를 중심으로 대학생활이 이루어진다. 취업 시에도 대개는 학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졸업 후에도 무슨 학과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교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없진 않지만 교수는 한 학과에서 평생을 다 보낸다. 교육과 연구는 물론이고 직장생활 전체가 학과 위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교수에게 학과는 가정만큼이나 중요한 곳이다. 직원과 같은 순환근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학문단위 기관평가가 매년 학과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여 우수 학과를 포상하는 것은 학과의 발전이 학교발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학과의 발전은 모든 소속 교수와 학생들의 노력에 좌우되지만, 학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학과장의 몫이 가장 크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대학 학과장의 근무여건은 너무 열악하여 말을 꺼내기도 창피할 정도이다. 권한은 거의 없이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데도 수당은 쥐꼬리만 하다. 수당으로 모든 것을 보상할 수는 없지만, 학과장 수당을 상여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심한 처사이다. 교수들이 학과장을 서로 안 하려고 하고 신참 교수에게 미루는 것도 이해가 간다.

대학본부가 학과장 자격을 부교수 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대우를 대폭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이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도 하루 빨리 학과장 중심의 분권화에 착수해야 한다. 대학본부에 모든 권한과 예산이 집중되어 있는 이 비정상적인 구조에서는, 학문단위 기관평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학과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우를 크게 개선하는 것이 분권화의 첫 걸음이다. 동시에 학과의 발전을 통해 대학발전을 도모하는 지름길이다. 학과장의 권한 강화와 대우 개선, 더 이상 미루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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