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해오고 있는 J일보의 대학평가 요소 중 사회진출도, 취업률, 사법·행정·외무고시 합격자 수, 공인회계사·변리사 시험 합격자 수 외에 2006년부터는 국제화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유학생 수와 더불어 영어강의 비율이 있다.

모 대학은 영어강의비중을 최고 50%를 목표로 하고 있고 우리대학도 영어강의를 실시 중에 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을 보면 교수나 학생 모두 당연히 우리말 수업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나마 본인이 수업을 들은 과목의 경우, 원래 과인원이 적어 원어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은 10~15명에 불과해서 교수님께서도 소수인원에 집중할 수 있어 사정이 조금 나았다. 하지만 수강인원이 80명이 넘는 모 학과의 원어강의는, 명목상은 영어강의지만 실제로는 교수와 학생 모두 한국어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런 실상은 과연 무엇을 위한 또 누구를 위한 영어강의인지 의문이 가게 만든다.

물론 학교의 명예와 인지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평가를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국제화라는 명목 아래 구태여 어렵게 전공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 보다는, 진정한 국제화를 위한다면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영어강의 증설보다는 우선 생활영어 부분을 강화하고 전공 영어강의는 소수 정예화로 하는 방향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영어가 비록 국제어지만 동북아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이웃나라 언어인 일본어와 중국어 강의도 역시 그 수요에 맞추어 일부 신설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J일보도 국제화 부문을 제대로 평가하려 한다면 영어강의를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국제기구 및 사업체 취업 비율, 해외대학교와의 교류 등 여러 가지 실질적인 평가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영어강의라는 형식적 측면만으로 국제화 정도를 평가하려는 J일보의 단편적인 방법은 명백한 허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이러한 평가에 대학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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