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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부터 설거지까지 정성을 다해학생회관 1층 누리랑 식당 직원 체험기
안상호 기자 | 승인 2010.04.21 01:06

돈이 많지 않거나 멀리 나가서 사먹을 시간 없을 때 이용하는 학생회관식당. 편리하기는 하지만 매일매일 메뉴의 질이 천차만별이라 학우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회관식당에 대해 불평을 하기 전에 한번 쯤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학생회관식당은 먹는 음식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국인바이러스> 팀이 학생회관 1층 누리랑식당의 일을 직접 체험했다.

첫째 날
새벽 6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학생회관 1층 누리랑식당으로 갔다. 출근시간 7시보다 조금 늦었지만, 다행히 영양사님과 일하시는 어머님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조리실 내부 풍경은 식판을 들고 밖에서 보는 모습과 사뭇 달랐다. 누리랑식당은 항상 그날 제공할 음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날 음식까지 준비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바빠 보였다. 위생을 위해 손도 깨끗이 씻고 복장을 갖추고 난 다음, 식당의 모든 반찬을 주관하신다는 찬무님을 따라갔다.

내 첫 임무는 다음날 나올 장조림에 쓸 삶은 계란의 껍데기 까기였다. 그런데, 계란을 너무 급하게 까다 보니 껍데기에 손을 찔려 피가 나고 말았다. 같이 계란을 까시던 유종열 어머님은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다쳤네!”라며 걱정해주셨다.

“처음에 일할 때 나도 많이 다쳤지, 손도 많이 베이고…. 지금은 손에 굳은살 투성이야.”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며 계란을 까는 손을 보여주시는데, 궂은일의 흔적들이 하나하나 남아있다. 손에 잡힌 주름과 흉터에서 그간 어머님의 고생이 짐작된다.

어느덧 이른 11시, 점심메뉴를 배식할 시간이 됐다. 나도 배식작업에 투입돼 학우들에게 깍두기와 장국 등 반찬을 나눠줬다. 12시를 기점으로 우르르 몰려오는 학우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반찬 그릇 하나를 올려놓으면 5초도 안 돼 사라지고, 쉴 새 없이 반찬을 퍼 담느라 정신이 없다. 2시 즈음에 수가 좀 줄자 그제야 우리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좀 뜸해진다 싶으면 알아서 각자 식사를 해. 모두 자리를 비울 수는 없으니까 돌아가면서 밥을 먹는 거지.” 칼질을 도맡아 하시는 정문곤 실장님이 같이 밥을 먹으며 학생회관식당 직원분들의 점심식사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체험 첫날, 가장 고된 건 계속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30분의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근무 내내 서서 일했다. 식당 조리실에는 의자가 없기도 하고 종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서서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 한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리 아프지? 나도 처음 일할 때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어. 그래도 일하면서 적응이 되더라고.”

첫날인데 벌써 몸살이라도 날까 걱정됐다. 퇴근하고 나서도 ‘오늘 진짜 열심히 일했다’라는 보람보다 내일 할 일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둘째 날
전날의 피로로 늦잠을 자서 9시에 출근했다. 지각을 했는데도 직원분들께서 아무도 혼내시지 않아 더욱 죄송할 따름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식판과 그릇 나르는 일을 도왔다. 젊어서 힘이 좋다고 생각하셨는지 무거운 것을 나르는 일은 나의 독차지였다.

일을 마치고 볶음밥 전문이신 박성규 실장님을 따라 치킨샐러드에 들어갈 닭을 튀기고 오므라이스 밥을 볶는 일을 도왔다. 튀김옷을 입힌 닭고기를 한 움큼 집어서 끓는 기름에 집어넣는데, 아뿔싸! 내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어서 기름이 사방으로 확 튀고 말았다. 그 바람에 내 옆에 있던 박 실장님 얼굴로 기름이 튀었다. 정말 다행히도 기름이 실장님의 눈꺼풀 위로 아주 작게 튀었다. 만약에 더 많은 양이 정확히 눈으로 날아갔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실장님께선 괜찮다면서 “닭을 조금씩 넣고 얼굴을 기름에 가까이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잠시 방심한 틈을 타 벌어진 작은 사고. 음식 만드는 게 생각보다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계속 닭을 튀기고 오므라이스 밥을 볶는 가마 근처에 있었더니, 땀이 줄줄 흘렀다. 박 실장님은 “그래도 여름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말씀하셨다. “여름엔 진짜 쪄 죽지. 음식 만들다가 여유 있으면 도중에 샤워하고 오고 그래.” 뜨겁지만 학우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구슬땀 흘리시는 실장님이 정말 멋져 보인다.

셋째 날
마지막 날. 몸이 고되지만, 끝까지 열심히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제 시각에 맞춰 출근했다. 이전까지는 씻겨 나온 그릇들을 나르기 바빴지만, 설거지하시는 어머님들의 요청으로 나도 본격적인 설거지 작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설거지 시스템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일정시간 세제 물에 식기들을 담가두고 설거지는 모두 식기세척기에 맡겨놓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하는 누리랑식당에서 계속 깨끗한 식판과 그릇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다 식기세척기 덕분이다. 뚝배기나 일부 그릇들만 손으로 직접 닦아서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3일을 일해 보니 식당에서 일하다보면 시끄러운 소리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그릇끼리 부딪치는 소리, 칼질 소리, 국 끓는 소리 때문에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이야기할 때 평상시 보다 크게 소리 내야만 한다. 같이 있던 칼질의 달인 정문곤 실장님께 식당에서 나오는 소리 시끄럽지 않으시냐고 여쭤봤다.

“나야 뭐 지금은 괜찮지만, 처음 왔을 때는 진짜 시끄러웠지. 귀도 많이 안 좋아진 게, 집에서 TV 보려면 볼륨을 15까진 올려야 들려.” 서서 일하시느라 다리도 아프고 칼에 베거나 뜨거운 물에 데는 일이 많을 텐데, 귀도 안 좋아지시다니 음식 만드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직원분들이 참 안타까웠다.

예비군훈련도 있고 금요일이라 그런지 전날보다 배식이 한결 수월했다. 그리고 결국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힘든 근로의 끝이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그릇을 떨어뜨리거나 반찬 흘린 것, 반찬을 정량보다 많이 퍼서 난처했던 것, 그리고 닭 튀기다가 기름이 튀어 위험했던 순간 등 실수의 연속이었다. 도움을 드리고자 했으나 폐만 끼친 것 같은데 “일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씀하시는 직원분들. 어머님들은 젊으신 한두 분을 제외하곤 대부분 50대, 우리 어머니의 연배다. 함께 일하면서 자식 같은 학생들을 위해 부모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밥을 지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대학 학우들 모두 메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하기 전에, 한번 쯤 학생회관식당의 밥이 어떤 이들의 정성과 고생으로 만들어지는지 생각해 보고 먹었으면 좋겠다.

안상호 기자  tkdgh543@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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