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인기시트콤 MBC <지붕뚫고 하이킥>을 재미있게 시청하던 아이가 엄마가 일하는 곳에서 촬영한 것 같다며 아는 체를 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황정음의 졸업식을 농촌진흥청에서 촬영한 모양이다. 농업공학부 건물이며 서호 등의 배경이 눈에 익어 나 역시 반가웠다. 잠시 ‘황정음, 서운대’ 등과 함께 ‘농촌진흥청’이 주요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오르기도 해 연구원으로서 무척 신기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우리 건대 학생들은 농촌진흥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농촌진흥청을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농업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여전히 어떤 곳인지 감이 안 잡힌다면, 녹색혁명을 일으킨 ‘통일벼 개발’의 중추라고 한다면 어떤가. 통일벼 개발은 우리나라의 식량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공동으로 선정한 ‘국가연구개발 반세기 10대 성과사례’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로 인정받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올해 초 남극 세종기지에 설치된 식물생산공장 관련 기사로 농촌진흥청을 어렴풋이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대표적인 연구성과 외에도 농촌진흥청의 역할은 실로 엄청나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만 하더라도 농업환경부를 비롯한 6개 부서와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308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국가농업기초기반 연구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도시 직장인들을 위한 야간 귀농․귀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모집과정에서부터 문의가 폭주해 귀농․귀촌에 관한 도시민들의 열기에 놀란 바 있다. 이에 반해 필자가 원예학과를 졸업한 1979년에 비해 요즘에는 학생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것 같아 매우 아쉽다.

농업은 관광, 레저 등의 융복합된 빌딩농장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미래 녹색성장의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생물분야에 한정해 소개하자면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하여 신소재, 의약품, 새로운 기능성 식품 및 바이오에너지 창출 등 6차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많은 종을 보유하고 있는 곤충의 다양한 활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완용 및 먹이곤충시장에서 장수풍뎅이 등 50여종이 유통, 보급되고 있다. 또한, 뒤영벌 및 가위벌류 상품화 보급 등을 통한 화분매개곤충시장, 동애등에 등을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분해를 활용한 환경정화곤충시장, 곤충유래 고부가 신기능성 물질 탐색과 같은 식․약용곤충시장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에에서 추출한 실크단백질을 활용한 신의약품 개발 분야를 소개하고 싶다. 국내 양잠산업은 비단 생산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실크단백질을 활용해 치약, 비누, 화장품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기억력 개선물질 ‘BF7', 인공고막, 인공뼈 개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공고막의 경우, 사람 고막과 두께(100㎛)가 유사하며 천공 고막시술에 적합한 적당한 강도(10MPa)를 갖추고 있다. 생체적합성, 투명성, 유연성, 감염저항성 등이 우수하고 기존 종이패치에 비해 고막재생률이 37%나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시술이 간단하고 고막재생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2013년쯤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밖에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의료용 상품화 연구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2010년 인공시멘트 및 생체막, 2011년 뼈 고정판 및 볼트에 이어 2012년에는 인공치주뼈를 개발할 계획이다.

농업생물분야만 이야기해도 이처럼 많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업과학연구의 성과는 바로 우리 농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농업은 매력적인 분야이다.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이라는 미완의 세계, 미지의 세계에 후배 여러분의 관심과 도전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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