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박물관 큐레이터 권현우(정치대ㆍ정외3) 학우

학교에서 열리는 강연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유명인사의 특강을 떠올리게 된다. 학생들이 잘 모르는 전문적인 내용과 함께 유창하기 짝이 없는 특강은 학생들이 범접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일반적인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한 단체가 있으니 바로 레뮤제다. 대학생들에게 강연하는 대학생들, 레뮤제의 창립회장을 지낸 권현우(정치대ㆍ정외3)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느 누구라도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강연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학생으로서 같은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부담감이 될 텐데, 권현우 학우는 어떻게 강연동아리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됐을까? 뭔가 거창한 계획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 같았으나, 실은 친구들과 각자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떠오르게 됐다고 한다.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았던 것. 그 때 서로가 알고 있는 내용을 남들과 함께 나누면 어떨까 했던 생각이 레뮤제의 전신인 ‘잡담’으로 이어지게 됐다. “우리끼리 아는 내용을 우리만 알고 있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를 통해 나누고 싶어서 ‘잡담’ 활동을 시작했죠.”

Lecture의 ‘레(le)’, 박물관을 뜻하는 프랑스어 ‘뮤제(musée)’를 따와 강연박물관이라는 뜻인 레뮤제.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이 강연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권현우 학우는 유명인사의 강연에 없는 장점이 학생들만의 강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님, 유명한 강연자가 설명하는 내용들은 사회적 지식을 알려주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거리가 먼 내용일 수밖에 없습니다. 레뮤제에서는 서로 몰랐던 부분들을 다른 학생들과 같이 알아가는 거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아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대학생들과 경험 및 지식을 공유하고 더 밝고 나은 사회를 지향하자’는 레뮤제의 정신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학점관리의 철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남과 공유하면 할수록 학교 전체 분위기가 매우 달라지죠. 처음 강연은 한명에서 한명으로 전달되지만 더 크게 확장이 되면 건국대를 바꾸게 되고, 우리나라를 바꾸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것이 레뮤제의 정신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강연을 준비하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많은 학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많이 안 오면 어떡하나’ 등등 다들 전문 강연자가 아닌 학생으로서 어찌 보면 당연히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강단에 설 때 모든 걱정과 두려움을 잊는다고 한다. 전문성이 없다는 부끄러움, 두려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강연을 듣고 시너지 효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그만큼 권현우 학우는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 열정을 불태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명 인사들 강연을 보면서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흐름에서 이야기를 하는구나’, ‘난 이렇게 생각해보면 안 될까’라고 고민하기도 하고 그런 강연을 보면서 생각을 넓힌다고 한다. “강연은 하나의 기술이므로 학생들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연구를 하지요. 남들이 싸이월드에서 사진 한 장 더 볼 때 그런 강연들을 찾아볼 만큼 노력을 기울입니다.”

사실 그는 “강연하는 것은 젊어서 사서 고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그가 사서 고생해 준비하는 강연이 그 자신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권현우 학우는 하나의 행사를 준비한 성취감과 이타심에 기반을 둔 도덕적 승화를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능력이 있어 강연한다기보다는 남들을 위해 일을 한다는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나은 건국대,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남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당당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도 강단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레뮤제 정신’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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