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몸치였다. 어릴 때는 별로 의식할 일이 없었는데 고등학생 때 무용수업을 들으며 내가 몸치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선생님 동작에 따라 안무를 배우는데, 꼭 나만 뒤처지는 것이었다. 동작을 잘 외우지도 못하고, 동작이 정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줄곧 무용실에 홀로 남아 연습을 했던 기억이 있다.

따지고 보면 어릴 때도 달리기, 줄넘기 같은 건 잘 못했다. 그 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내던 것을 초․중학생 때와는 다르게 고등학생 때는 내신성적이 중요해지면서 그 못하는 점이 크게 부각되어 보였다. 하도 체육 성적이 안나오다보니 ‘나는 운동을 못해’란 생각이 머리에 박혀버렸다.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운동을 못하기는 싫어서 연습을 하는 등 시도는 했다. 하지만 노력이 부족해서 번번이 실패했고 좌절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다가 올해 1월부터 헬스장을 다니게 됐다. 살도 좀 빼고 싶었고 겨울에 굳어버린 몸도 좀 움직여야 했다. 처음이라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1월 한 달 동안은 보통 하루에 3-4시간 정도를 헬스장에 붙어 지냈다. ‘스트레칭-유산소운동-근력운동-마무리스트레칭’의 순서로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리고 동갑내기 ‘친절한’ 트레이너의 핀잔 어린 코치를 받으며 스트레칭 할 때나 근력운동 할 때의 자세도 정확하게 잡으려는 노력을 해 나갔다.

2달차에 접어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야기가 들려왔다. “운동 오래 하셨나봐요?” 참으로 기분 좋은 이야기였다. 고작 2달차인데 자세는 숙련가처럼 보인다는 말 아닌가. 또 새로 온 트레이너가 스트레칭 할 때 나를 유심히 보더니 “예전에 운동 하셨어요?”라고 물어왔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녀는 “자세가 좋으셔서 뭐 전공 하셨나 싶어서요”라고 했다. 이때는 정말 기분이 좋고 흐뭇했다. 복싱인가 태권도를 몇 년 째 하고 있는 그녀가 봐도 내가 자세는 참 괜찮은 모양이다. 그제서야 난 내가 어느 정도 ‘문제’를 극복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감 충만한 모습으로 일상생활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난 수능에서 수리영역 5등급을 맞았다. 5등급. 태어나서 처음 맞아보는 등급을 하필 수능 때 맞았다. 충격이 클 줄 알았는데 그때의 난 생각보다 담담했다. 고등학생 1학년 때부터 ‘나는 수학을 못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5등급이라고 해서 세상이 무너질 정도로 놀라진 않았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엔 수학에 대한 내 고정관념을 깨트리기 위해서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수학1을 공부하고 있다. 내가 듣는 수학강의에서 선생님이 “수열의 극한을 공부하다 보면 참 극한의 감정을 느끼죠”라고 하시는데 정말 옳은 말씀이다. 문제를 풀고 있자니 한숨이 뻑뻑 나고 못 피는 담배라도 입에 잡고 싶은 심정이다. 머릿속에는 아련하게 학창시절이 떠오르며 음악시간에 배운 ‘그리운 금강산’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질 정도다. 한 문제를 풀고 신나는 노래를 3곡 들으며 절망적인 마음을 다스린 후 다음 문제에 접근할 정도로 쉽지가 않다.

그러나 일단 하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내 자신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때까지는 공부를 해야겠다. 그래서 지금도 이 글을 쓰는 노트북 앞에는 수학 책을 펼쳐놓고 있다.
얼마 전에 오은선씨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의 14좌를 완등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럽다. 또한 동시에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같은 사람으로서 나도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을 희열을 빨리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도 힘든 일이 있을 것이다. 외국어일 수도 있고, 발표일 수도 있고, 신문 읽기일수도 있다. 힘든 일을 피하려고만, 놓고 있으려고만 하지 말고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노력을 해 보길 바란다. 그 노력이 결실을 이루면 여러분의 삶은 더욱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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