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학우간 교류 사례 기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전의 나는, 수줍음도 많고 어학실력을 쌓아놓지도 못해서 평생 외국인 친구는 못 사귈 거라 여겼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학교 홈페이지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공고가 떴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학교 안에서 비슷한 공감대를 지닌 외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겠다 싶어 신청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9년 5월 ‘우한’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알고 지낸 지 일 년이 지난 지금은 누나, 동생 하며 살갑게 지내지만 첫 만남은 사실 좀 어려웠다. 실력이라고 이름 붙이기 쑥스러울 정도로 내 중국어 수준은 보잘 것 없어서 당시만 해도 한국어 실력이 짧았던 친구에게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상허 도서관 앞에서 첫 악수를 나눈 뒤로 우리는 매주 두 차례씩 만나서 친구가 수강하고 있는 언어교육원 수업 교재를 함께 공부했다. 그날그날 숙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수업 때 배운 어법을 응용해서 다양한 표현으로 말하는 연습도 했다. 꼼꼼하고 매사에 열심인 친구라 만날 때마다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해 한국어로 농담을 주고받게 되었을 때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물론 함께 공부하는 틈틈이 내가 궁금해 하는 중국 문화나 친구가 잘 모르던 한국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는 어린이대공원으로 놀러가기도 하고 다른 멘토링 친구들과 남산이나 한옥마을에서 활쏘기도 해보고 널뛰기나 투호던지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떤 날은 한국의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특별공연을 찾아 역사박물관을 찾기도 했고 종로 3가에 죽 늘어선 삼해집에서 소주 한두 잔 기울인 추억도 있다. 한 번은, 쓰촨의 매운 음식을 그리워하는 친구를 위해서 쓰촨식 훠궈 전문점에 함께 가기도 했는데 이 맛은 중국에서 먹던 맛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친구 때문에 겸연쩍은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서로의 습관이나 언어가 완벽히 와 닿지 않는 데 따르는 어려움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친구로서 점점 더 많이 알게 된 보람이 컸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과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중국’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이 이 친구 덕분에 더 커졌다. 중국어를 더 배워서 HSK를 응시해보기도 했고 더러는 캠퍼스를 거니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무슨 말을 하나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다른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내 입장에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느꼈던 생경함이나, 학우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느끼는 수줍음보다는 그 친구들이 느꼈을 서먹함이 몇 배는 더 크리라 생각한다. 그들은 한국에 문을 두드리고 우리 학교를 선택한 친구들이다. 나날이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수록 그들의 문화 한 가지 두 가지를 더 느낄 수 있다면 이는 유쾌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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