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날이 왔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로 말미암은 금남로의 참상이 있은 지 서른 해가 된 것이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30돌을 맞아 광주에서는 어느 때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한 전야제가 개최됐다.
하지만 정작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30돌 기념식의 모습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추모해야할 기념식 자리에 축하화환을 보내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 주최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둘러싼 논란은 5ㆍ18 기념식을 둘로 쪼개어 놓아버렸다.

매년 5월 18일이 되면 5월의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항상 불러온 ‘임을 위한 행진곡’이 뜻 깊은 30돌의 정부 기념식에서는 퇴출돼버린 것이다. 국가보훈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정권교체를 의미하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식순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유가족과 정치인이 기념식에 불참하면서 정부 기념식은 반쪽짜리 행사가 되어버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빈자리는 그 의미도 모호한 ‘방아타령’이란 노래가 대신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유명 인사들은 국립묘지로 발걸음을 옮겨 기념식을 따로 개최했다.

이 날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유족들의 행사장 진입을 막는 등의 비상식적인 상황도 발생했다. 올해와 같은 ‘푸대접’으로는 광주시민이 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 정신을 기념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정부와 여당은 축하화환을 보낸 작태는 물론이거니와 5월의 영령을 기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이유로 부르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5ㆍ18 30돌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지는 못할망정 큰 결례를 범해 그 정신을 훼손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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